중국 상하이 주식거래소의 외부 전광판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주식거래 인지세를 15년 만에 절반으로 내렸다. 부동산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은 가운데 중국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자본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28일 신화통신 등 보도를 보면, 중국 재정부는 전날 밤 0.1%인 주식거래 인지세를 28일부터 0.0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주식 매매 때 내는 세금을 거래 금액의 0.1%에서 0.05%로 줄인 것이다.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은 “자본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해 인지세를 인하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중국 정부가 주식거래 인지세를 인하할 것이라는 소식은 이달 중순부터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중심으로 보도돼 왔다.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침체된 주식 시장을 살리기 위해 거래 세금을 낮출 것이라는 보도였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했는데, 블룸버그 집계를 보면 중국 증시에서 지난 23일까지 외국인 순매도가 13일 연속 진행되며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주식거래 인지세를 조정한 것은 2008년 이후 15년 만이다. 중국은 2007년 경기 과열로 주식거래 인지세를 0.1%에서 0.3%로 올렸다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월 다시 0.1%로 인하했다. 그해 9월에는 일시적으로 주식거래 인지세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번 세금 인하 조처로 9조6천억달러(1경2740조원) 규모의 중국 주식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3000선 이상을 유지해 온 중국 대표 주식 시장 상하이 증시는 이달 초부터 계속 하락하기 시작해 25일 기준 종가 3064까지 떨어졌으나, 28일 오후 2시(현지시각) 기준 3118로 2% 가까이 올랐다.
블룸버그는 “중국 증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이는 시장 유동성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 변화에 예민한 9조6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주식시장에서 자동 반등을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로이터는 셰천 상하이 젠원투자관리 펀드매니저를 인용해 “인지세 인하는 시장에 단기적으로 활력을 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시장 반등도 이틀이나 사흘에 그치거나 그보다 짧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도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어 기업공개(IPO) 속도를 늦추고, 대주주의 지분 축소를 추가 규제하며, 증거금을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비용을 낮추면서 동시에 신용거래 여력을 확대하고, 새 주식 발행을 제한하는 것이다.
한편,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인 헝다가 올 상반기 330억위안(약 5조9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헝다는 27일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난 1291억위안, 순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663억위안)보다 절반 정도 줄어든 330억위안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헝다는 7월 지난 2021년과 2022년 2년치 실적을 동시에 공개하면서 5800억위안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헝다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는 가장 큰 짐은 개발용 부동산의 평가손이다. 6월 말 현재 헝다의 총자산은 1조7440위안, 총부채는 2조3882억위안으로 이미 6442억위안의 부채 초과 상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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