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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40년 성장’ 정말 끝?…300조 부동산업체 수백억 이자 못 내

등록 2023-08-23 04:00수정 2023-08-23 19:23

[최현준의 DB deep] 위기 근원이 된 부동산
시진핑표 3대 레드라인과 코로나 맞물려 위기 증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연합뉴스

2021년 말 헝다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시작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비구이위안·위안양 등 다른 초대형 부동산 업체들의 채무불이행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중국 주택 공급의 40% 정도를 책임지는 업체들이 수백억원의 현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금 위기에 몰리면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조만간 폭발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중국 정부가 추진한 ‘디레버리징’(부채 경감) 정책으로 인해 야기된 것인 만큼 중국 정부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 부동산 위기, 금융으로 번지나…중국판 ‘리먼 사태’ 촉각

중국 부동산 위기는 지난달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 그룹의 계열사가 디폴트 위기에 놓이면서 2년 만에 다시 불붙었다. 완다는 지난달 만기가 도래한 4억달러(약 5350억원) 규모의 채권을 계열사 지분을 팔아 겨우 상환했다.

이어 총자산 33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민간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벽계원·컨트리가든)이 이달 초 만기가 돌아온 10억달러 규모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를 갚지 못했다. 또 국유 부동산 업체 위안양(시노오션)은 2094만달러의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했다.

부동산 업체의 위기는 금융 분야로 옮겨붙을 기세다. 고객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중룽개발신탁이 최근 3500억위안(약 64조2천억원) 규모의 상품을 상환하지 못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헝다와 함께 부동산 업계 1위 자리를 다투던 민간 업체(비구이위안)와 국영 부동산 기업(위안양)에 이어 부동산 금융 업체(중룽신탁)까지 자금난에 빠지자 서구 언론들은 부동산 위기가 금융 위기로 번지는 중국발 ‘리먼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 중이다.

수십조~수백조원의 자산을 굴리던 회사들이 고작 수백억원의 이자를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부동산 시장이 현재의 위기 사태에 이른 데는 2020년 중국 당국의 잇단 부동산 규제와 3년 동안 진행된 코로나19 사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20년 8월 중국 정부는 부동산 기업의 빚이 너무 많다며 3대 ‘레드라인’을 내놨다. 부동산 기업의 △자산·부채 비율이 70%를 넘지 않고 △순부채율이 100%를 넘지 않으며 △현금성 자산이 단기 부채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 덩치보다 더 큰 빚을 내서 운영되는 부동산 회사의 돈줄을 확실히 죄는 조처였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취한 당국의 조처는 그 직전인 2020년 1월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위기를 증폭시켰다.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경기 침체로 실수요가 줄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고, 미분양 주택이 급증했다.

베이징·상하이 등의 주요 대도시의 집값이 하락했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미분양이 속출해 이로 인해 쌓인 부동산 재고가 수백만~수천만 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과도한 빚을 내어 방만한 경영을 하던 부동산 회사들이 금세 자금난에 빠졌다.

지난해에는 자금난을 맞은 건설사들이 건축을 제대로 못 하자, 주택을 분양받은 주민들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 부동산이 성장 견인차에서 걸림돌로 

중국 부동산은 1980년대 시작된 개혁·개방 이후 약 40년 동안 중국 경제 성장을 이끈 견인차였다. 주택은 물론 공항·다리·항만·철도 등 대규모 건설이 진행되면서 일자리가 급증했고, 전자·가구산업 등은 활황을 맞았다. 지방 정부는 땅을 팔아 공공 행정에 필요한 재정을 쉽게 마련했다.

2010년대 초까지 경제성장률 10%대의 고공 행진이 지속되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다. 집을 보유한 이들은 자산 증가라는 과실을 얻었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1선 도시의 주택은 서울·뉴욕·도쿄의 집값과 맞먹는 등 가격이 수직상승했다. 

중국 장쑤성 화이안시의 헝다 아파트촌. 화이안/AFP 연합뉴스
중국 장쑤성 화이안시의 헝다 아파트촌. 화이안/AFP 연합뉴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도 계속된 부동산 시장 과열과 자산가격 폭등은 심각한 빈부 격차를 야기했다. 집값이 너무 높자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했다. 시장의 돈이 핵심 산업이나 첨단 기술 부문이 아닌 부동산 분야로 유입되는 현상도 계속됐다.

부동산이 성장의 ‘견인차’가 아닌 ‘걸림돌’로 변해갔다. 중국 당국은 2015년부터 ‘주택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부동산 분야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을 막고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위기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과거만큼 화끈한 대응책을 내놓을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1일 기준금리를 조정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는 시장 예측과 다르게 손을 대지 않았다. 외부의 예상보다 중국 당국의 태도가 훨씬 신중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15일 “현재 부동산 시장은 조정 단계에 있다. 일부 부동산 기업이 어려움에 처해 있고, 특히 대규모 업체들은 채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이를 조정 단계로 보면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기회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서구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이번 사태가 부동산 위기를 넘어 지난 40여년 동안 놀라운 성과를 내온 ‘중국식 성장모델’의 실패를 의미한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중국의 40년 호황이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을 빈곤에서 벗어나 대국으로 이끈 경제적 모델이 망가진 것으로 보인다. 위험신호가 온 천지에 널렸다”며 “중국 일부 지역은 사용률이 낮은 교량과 공항을 떠안았으며, 수백만채의 아파트가 미분양됐다. 투자 수익률은 급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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