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도착한 라이칭더(왼쪽) 대만 부총통이 14일 오찬 모임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의 미국 뉴욕 경유에 반발하며 군사적 위협을 이어갔다. 라이 부총통은 “권위주의(중국)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는 14일 오전 누리집을 통해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중국 전투기 6대와 군함 6척이 대만해협 주변에서 작전을 했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하루 전인 13일에는 인민해방군 전투기 7대와 군함 6척이 발견됐고, 12일에는 중국군 전투기 9대와 군함 7척이 작전을 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의 1위 후보 주자인 라이 부총통은 12일 대만을 출발해 이날 저녁(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그는 13일까지 뉴욕에서 머물며 지지자들과 만난 뒤 15일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16~17일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대만에 돌아올 예정이다.
라이 부총통은 중국의 군사 위협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라이 부총통은 13일 뉴욕에서 지지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우리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며 “권위주의의 위협이 커지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민주주의의 길에서 대만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해 용감하고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국민만이 대만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며,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은 “서로 종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라이 부총통이 뉴욕에 도착한 직후 대변인을 통해 “라이칭더는 완고하게 ‘대만 독립’의 분열적 입장을 견지하는 철두철미한 ‘골칫거리 제조자’”라며 “현재 대만해협 정세의 긴장이 이어지는 근본 원인은 대만 당국이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고, 미국은 고집스레 대만을 통해 중국을 통제하려는 것에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어 “중국은 국가 주권과 영토의 안전성을 수호하기 위한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과 중국이 거센 기싸움을 벌이지만, 양쪽 모두 확전은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군사 위협에 나선 중국은 지난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때와 비슷한 수준에서 작전을 하고 있다. 당시 중국군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일정에 맞춰 전투기와 군함의 파견 대수를 9대에서 13대, 20여대 등으로 차차 늘려간 바 있다. 과격한 군사 대응이 자칫 내년 총통 선거에서 ‘반중’ 후보로 입지를 굳힌 라이 부총통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라이 부총통 역시 이번 미국 경유를 통해 미국과의 단합을 과시하면서도 대만 내 친중 여론을 고려해 중국을 거칠게 비판하지 않고 있다. 그는 미국 출국 전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 아니다”라면서도 “대만의 모든 정당과 대만인 다수는 중국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라이 부총통의 뉴욕 경유에 대해 “미국 정부와 무관한 사적인 방문”이라는 입장이다. 로이터는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긴장 고조를 피하고 최근 재개된 미·중 간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기 위해 라이 부총통의 방미가 주목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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