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이 12일(현지시각)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환송나온 카를로스 핀토스 파라과이 대리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라이 부총통은 15일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출국했다. 그는 오가는 길에 미국을 경유할 예정이다. AP 연합뉴스
파라과이 방문길에 오른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이 12일(현지시각)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유지인 미국 뉴욕을 방문했다.
대만의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라이 부총통은 이날 저녁 대만의 중화항공(CAL) 편으로 존에프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15일 열리는 산티아고 폐냐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축하 사절로 참석하기 위해 가는 길에 뉴욕에 들른 것이다. 파라과이는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13개 나라 중 하나이며, 남미에서는 유일하게 남은 수교국이다.
라이 부총통은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대선에 집권 민진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당 등 주요 정당의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은 라이 부총통의 뉴욕 경유에 대해 “미국 정부와 무관한 사적인 방문”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라이 부총통은 반중국·대만 독립과 관련해 현 차이잉원 총통보다 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어 중국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그로 인해 중국은 라이 부총통을 가리켜 “실질적인 대만독립 일꾼”이라고 비판해 왔다. 지난달 라이 부총통의 뉴욕방문 일정이 발표됐을 때도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독립·분열주의자”라며 “어떠한 명목과 이유의 미국 방문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라이 부총통은 자신을 극단주의자로 몰아가려는 중국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선거 유세에선 “현상 변경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대만 모두 사안의 민감성을 의식한 듯 라이 부총통의 이번 뉴욕 방문 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라이 부총통은 대만을 떠나기 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유지에서 미국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흥분했다”고 밝혔다. 귀국 길에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18일 대만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라이 부총통의 이번 뉴욕 방문은 대만 부총통으로서 11번째이다. 라이 부총통은 지난해 1월에도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미국에 들른 적이 있다. 온두라스에서는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캐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짧게 만나 대화했다. 미국은 이번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누가 갈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