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이란 테헤란 시내 중심가에서 한 남성이 더위에 물을 들이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기온이 섭씨 50도 안팎까지 오르는 폭염이 덮치자 전례가 없던 이틀간의 공휴일을 선포했다. 기상학자들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 50도에 이르는 폭염이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1일 이란 국영 이르나(IRNA) 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 정부는 학교를 포함한 모든 공공기관과 은행 등에 이틀간 공휴일로 선포했다. 알리 바하도리 자흐로미 이란 정부 대변인은 “2일과 3일 이틀간 나라 전체가 휴식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서 이란 보건부 장관은 온열 질환으로 인한 피해를 경고하며, 특히 노인과 어린이 등은 실내에 머물 것을 촉구했다. 이란 축구 리그도 며칠간 모든 게임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날 이란 남서부 도시 아바즈의 기온이 51도까지 올라갔다. 이 도시는 지난해에도 최고기온이 53도까지 치솟았다. 이밖에 이란의 주요 도시들도 최근 며칠간 40도 안팎을 기록했다. 이날 수도 테헤란은 38도를 기록했다.
이란 에너지부는 이란 전역의 전기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다. 1일 최소 두 곳의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했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정전이 보고됐다. 공휴일 선포는 국가 전력망에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다. 지난 6월부터 이란은 사무실 근무 시간도 앞당겨 오후 전력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란은 오랜 서방 제재로 인해 에어컨 등 냉방 인프라가 열악하다.
이란의 이런 조처는 세계기상기구(WMO)가 올해 7월이 역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것이라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다. 산과 고지대가 많아 서늘한 날씨를 유지해온 이란에서 더위 때문에 공휴일이 선포된 적은 그간 없었다. 여름 더위는 이란의 남부 도시에서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는 국토 전역에서 폭염으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웃 국가 이라크도 최근 몇 년간 폭염으로 해마다 임시 공휴일을 지정해왔으며 지난해 기온이 51도까지 치솟자 공휴일 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이집트도 폭염이 지속되자 관공서에서 전력난을 막기 위해 최소 하루에 한번 이상 단전을 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빌딩과 경기장에서 에어컨과 조명 사용을 줄이라고 권고했으며, 공무원들은 전기 절약을 위해 재택근무를 하게 했다.
지난 6월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중해 인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이미 4월부터 평년보다 20도 이상 높은 더위가 계속됐다고 전하며, 앞으로 지중해 인근과 중동에서 50도 안팎의 폭염이 빈번해질 것이라 보도했다.
영국 기상청 산하 ‘해들리기후예측연구소’ 기후학자 니콜라오스 크리스티디스는 지난 5월 발표한 논문에서 튀르키예·카타르·이집트 등 중동과 지중해 인근 12곳의 데이터를 검토해 50도 이상 상승하는 날이 얼마나 자주 나타날지 관측했다.
산업화 이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니지 해안에서만 1세기에 한 번 나타났다. 하지만 2100년 이 지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예상치를 적용해 다시 시나리오를 돌려보니,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매년 최소 하루 이상 50도를 초과했다.
연구소는 이런 변화가 빈번한 가뭄과 화재를 낳을 것이며 도로와 철도를 녹이는 등 사고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북미, 유럽보다 훨씬 사회 기반 시설이 열악한 이 지역은 식수난, 전력난 등 위기가 커질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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