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 그룹을 이끌고 반란에 나섰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한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확실한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러시아군의 사기 저하, 사회 전체적인 전쟁 지지세 약화, 다른 비정규 병력 통제 문제 등의 문제가 불거지며 당분간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들은 당장 전선에서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러시아군의 사기가 저하되고 전투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노릴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히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러시아가 혼란으로 빠졌던 24일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동시 다발적인 반격 작전에 나서 일정한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동시에 여러 방면에서 공격 작전을 펼쳤으며 모든 방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시 인근의 안토니우스키 다리를 건너 드니프로강 남쪽의 러시아 점령지로 진출했다는 ‘미확인 주장’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전선에서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방위군 소속 장교 비탈리 마르키우는 신문에 “우크라이나군의 사기가 아주 높은 상태이며 러시아 상황을 느긋하지만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총국 소속 장교 안드리 체르니아크도 “우리는 이 상황을 최대로 활용할 것이며, 정치와 정보 분야, 군사 영역에서 우리의 이점을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투 병력 측면에선 바그너 그룹 배제가 러시아군에 당장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로브 리 선임연구원은 바그너 그룹은 동부 도네츠크주의 최대 격전지였던 바흐무트 점령 이후 후방으로 이미 빠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바그너 그룹은 공격 부대여서 현재 방어 태세에 들어간 러시아군의 전력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리 연구원은 이어 “우크라이나군이 예비 부대를 공격에 투입하기 시작할지, 이번 주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기다리고 있다”며 “러시아군은 점령지 일부를 빼앗길 경우 책임을 바그너 그룹에 돌리는 선전 활동에 집중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바그너 그룹의 향후 처리 문제도 관건이다. 러시아군은 반란에 참여하지 않은 바그너 그룹 용병들과 정식 계약을 맺고 정규군에 편성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호응할지 아직 미지수다. 리처드 대내트 전 영국군 참모총장은 프리고진에 충성하는 용병들이 얼마나 그를 따라 벨라루스로 이동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바그너 그룹 처리 문제는 체첸 공화국 병력 등 다른 비정규 전투 참여 집단 통제와도 얽혀 있다. 트레이시 거먼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분쟁과 안보학)는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쓴 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작전에는 바그너 그룹 외에도 여러 비정규 전투 병력이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체첸 공화국의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 이끄는 병력, 바그너 그룹과 직접적으로 경쟁해온 용병 기업 패트리어트, 또 다른 용병기업 레두트,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구성한 사병집단 포토크 등이 이런 병력들이다.

이들은 바그너 그룹과 달리 러시아군의 공식적인 통제를 받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도력이 크게 손상된 만큼 이들에 대한 통제 문제가 앞으로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