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란 사태 발생 직후인 24일 텔레비전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와그너) 그룹의 내란 사태 종식 뒤 미국 쪽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 균열이 생겼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반면 중국은 푸틴 대통령의 지도력을 평가하고 러시아의 안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 <시엔엔>(CNN)·<엔비시>(NBC)·<에이비시>(ABC)·<시비에스>(CBS) 방송과 잇따라 인터뷰하면서 푸틴 정권이 균열과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시엔엔> 인터뷰에서 내란 시도를 “푸틴의 권위에 내부에서 직접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균열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어디로 이어질지 말하기는 이르지만 푸틴이 대응해야 할 새로운 질문들을 제기한 것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시비에스> 인터뷰에서도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진짜 균열”과 “직접적 도전”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에이비시>에 출연해서는 러시아군은 16개월 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문간까지 접근했지만 “이번 주말에는 푸틴이 스스로 만든 용병 집단에 맞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방어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아니라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했다. “푸틴은 앞으로 몇주, 몇달간 온갖 종류의 새로운 질문을 다뤄야 한다”며 혼란의 지속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황은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반격에 대비해 방어선을 강화했다며 “전황이 어떻게 될지는 몇주나 몇달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 쪽은 전날만 해도 러시아 내란 사태에 직접적 언급을 삼갔다. 하지만 사태가 일단락되자 푸틴 대통령의 권위 추락을 강조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반격 작전 상황을 논의하고 변함없는 지원 의사를 밝혔다. 백악관은 이 통화에서 “러시아의 최근 사건들”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전화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상황을 논의했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안정’을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밤 누리집에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올린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내란 사태는 “러시아의 내정 문제”라며 “중국은 우호적 이웃이자 신시대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러시아가 안정을 수호하고 발전과 번영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마침 베이징을 방문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차관을 만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지침에 따라 중-러의 정치적 신뢰는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중국은 24일 사건과 관련해 상황을 안정시키려는 러시아 지도부의 노력”과 “러시아의 통합 강화와 지속적인 번영”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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