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거리에 나온 시민들이 바그너 그룹 용병들과 탱크를 촬영하고 있다. AFP.
러시아 내부 군사 반란을 일으켰다 하루만에 철회한 바그너(와그너) 그룹과 바그너 그룹을 이끄는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한 때 장악했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시민들의 환호 속에 철수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됐다.
25일 러시아 용병 바그너 그룹의 병력들이 로스토프에서 철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텔레그램에 공개됐다. 영상에는 바그너 그룹 탱크를 둘러싼 군중의 모습, 철수하는 이들을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탱크에 탄 용병들의 사진을 찍었고, 프리고진이 검정색 대형 차량 뒷좌석에 앉아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시민들이 차량에 다가와 프리고진에게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차량 안에서 시민들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거리에서 누군가 “최선을 다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루 전인 24일 크렘린과 협상해 모스크바로 가는 병력을 철수할 것이라 발표한 이후, 프리고진이 대중 앞에서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리고진이 현재 어디로 향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텔레그램에 게재된 이 영상이 촬영된 시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24일 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에서 철수하며 시민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24일 밤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들을 환호하며 사진을 남기고 있다. AFP 연합뉴스
로스토프에서 철수하는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검정색 승합차를 타고 거리로 나오자, 한 시민이 환호하는 군중 속에서 다가와 그와 인증샷을 찍었다. AP 연합뉴스
24일 러시아 로스토프 시민인 한 여성이 바그너 그룹 용병들과 탱크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연합뉴스
앞서 24일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주요 보급기지인 러시아 남부 로스토브나도누의 군 사령부를 점령하고 북쪽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프리고진은 크렘린과 협상을 통해 진격한 군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떠나고, 바그너 그룹은 형사처벌을 면하는 조건이었다.
한 때 로스토프를 장악한 바그너그룹에게 시민들은 경계심 대신 친근함을 표했다. 24일 촬영된 <타스>, <아에프페>(AFP) 등의 사진을 보면,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탱크를 탄 용병들을 신기한 듯 둘러싸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젊은 여성들도 탱크에 올라 용병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인증샷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4일 대국민 연설에서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이라며 바그너 그룹을 ‘무장반란군’이라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시민들은 용병들을 두려워하거나 공포스러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반란이 하루만에 끝난 뒤 러시아 국내 상황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 25일 러시아 <타스> 통신은 로스토프 시내 중심가의 상황이 24일 자정께 안정됐다고 전했다. 바실리 골루베프 로스토프 주지사는 바그너 용병들이 탱크와 장갑차 등과 함께 도시 외곽의 야전 캠프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 연방 도로청도 25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 내 고속도로에 모든 제한 조치가 해제됐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24일 러시아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국영기업 아브토도르(Avtodor)는 운전자들에게 러시아 남부의 주요 고속도로인 ‘엠(M)-4’를 우회할 것을 권고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로스토프에서 모스크바로 진격 중인 바그너 그룹 용병들을 피하기 위해 양방향 통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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