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서부 스타브로폴 지역의 암모니아 생산 시설. 네비노미스크/타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카호우카댐 파괴로 곡물 생산 감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흑해 곡물 협정 유지에 중요한 러시아의 비료 원료 수송관까지 파괴됐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곡물·비료 생산 및 수출 차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7일(현지시각) 러시아 서부 톨리야티와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오데사 지역을 잇는 비료 원료로 쓰이는 암모니아의 수송관 중 일부를 우크라이나가 파괴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방부는 “지난 5일 밤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의 마시우티우카 지역에서 수송관이 파괴됐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쪽 파괴·정찰 집단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이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올레흐 시네후보우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수송관이 파괴된 것은 러시아의 공습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수송관이 파괴된 지역은 최근 친우크라이나 무장세력과 러시아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 국경 지역에서는 대포와 드론 등을 동원한 공격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수송관은 톨리야티에서 흑해 연안 항구 도시 유즈네까지 이어지는 2470㎞ 길이의 암모니아 수송 시설이다. 러시아는 이 수송관을 통해 암모니아를 유즈네의 피우데니 항구까지 보낸 뒤 배로 전세계에 수출해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침공 전쟁 이후 이 수송관 가동을 중단시켰고, 이 때문에 러시아의 비료 원료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수송관 파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지난해 7월 맺은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수송관 재가동을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지난 5월17일에 2개월 연장한 흑해 곡물 협정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유엔은 지난달말 러시아 암모니아 수출 허용과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합의안을 두 나라에 제안했다. 새 합의안 논의를 앞두고 수송관이 파괴되면서 협상의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른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의 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은 암모니아 수송관을 수리하는 데 적어도 1~3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이 수송관은 흑해 곡물 협정 이행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수송관은 그동안 비료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매년 200만t씩 운송해왔다며 “이 시설은 전세계 식량 안보에 결정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모니아 수송관 파괴 논란으로 흑해 곡물 협정 연장이 어려워질 경우,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카호우카댐 파괴에 따른 곡물 생산 차질과 맞물리면서 전세계적인 곡물 위기를 부를 위험이 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밀과 옥수수의 주요 수출국이며, 러시아는 세계 1위의 질소 비료 수출국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는 이날 카호우카댐 붕괴에 따른 홍수가 전세계 식량 공급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식량계획의 독일 담당 마르틴 프리크 국장은 “댐 붕괴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새로 심은 곡물들이 훼손됐다”며 “우크라이나 곡물에 의존하는 세계 3억4500만명의 굶주린 사람들에게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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