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점령’ 카호우카 댐 붕괴…체르노빌 이후 최악 재난 되나

등록 2023-06-07 11:28수정 2023-06-07 23:39

댐에서 냉각수 공급받는 자포리자 원전 위험
유해물질 퍼지며 생태계 오염, 농업 타격 예상
“흑해 연안 국가들까지 피해 끼칠 것” 지적도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헤르손 홍수 지역에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헤르손 홍수 지역에서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의 카호우카 댐이 붕괴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안전은 물론 환경과 농업에도 막대한 피해를 끼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우크라이나 최대의 환경 재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슬란 스트릴레츠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6일(현지시각) 카호우카 댐 붕괴 여파로 적어도 150t의 기름이 유출됐다며 인근 지역 생태계가 크게 손상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스트릴레츠 장관은 “침수 영향이 몇주나 몇달 정도가 아니라 아주 오래 갈 것”이라며 환경 피해 복구에만 적어도 5000만유로(약 695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드니프로강 하류에는 우크라이나 토착의 모래두더지쥐 등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야생 동물들이 적지 않다며 ‘흑해 생물권보호지역’ 등의 피해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스카이샛 위성이 촬영한 4일(위 사진)과 6일에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 사진. 아래 사진을 보면 댐 위로 물이 쏟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래닛랩스 제공 연합뉴스
스카이샛 위성이 촬영한 4일(위 사진)과 6일에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 사진. 아래 사진을 보면 댐 위로 물이 쏟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래닛랩스 제공 연합뉴스

1956년 헤르손주 노바카호우카 지역에 건설된 카호우카 댐은 5일 밤 무너져 내렸으며, 댐 상류에 형성된 카호우카 저수지에서 하류로 많은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댐 하류의 수위가 7일 최고조에 달한 뒤 3~4일 뒤부터 차츰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물이 줄지 않으면 환경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스타프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이 댐에서 냉각수를 공급받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류 지역과 흑해에 광범한 환경 재난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호우카댐은 드니프로강 하류에 있으며 강 상류에 자포리자 원전이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드니프로강의 물 일부를 가둔 저수지를 통해 원자로를 냉각하고 있는데, 카호우카댐 붕괴로 하류에서 물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면 저수지도 마를 우려가 있다. 자포리자 원전 로스에네르고아톰은 냉각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물은 차 있다며 “원전은 통제하에 있다”고 밝혔지만, 장기적인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메라크 전 우크라이나 환경부 장관은 앞으로 몇주 동안 많은 물이 하류로 유입되면서 주유 시설과 농장 등이 침수될 경우 석유류와 농약 같은 오염 물질이 흑해를 오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향은 루마니아, 조지아, 튀르키예(터키), 불가리아에까지 미칠 수 있다”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우크라이나 최악의 재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시에서 6일(현지시각) 한 자동차가 카호우카 댐 붕괴 여파로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고 있다. 헤르손/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시에서 6일(현지시각) 한 자동차가 카호우카 댐 붕괴 여파로 물에 잠긴 도로를 지나고 있다. 헤르손/EPA 연합뉴스

1년 3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전쟁으로 훼손된 드니프로강 하류 생태계 파괴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비정부 기구 ‘환경 사람 법’의 상임이사 올레나 크라우첸코는 주변 국립 공원들에 서식하는 물고기들과 연체동물 등의 대규모 폐사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를 특히 우려했다. 그린피스 중부·동부유럽 지부의 활동가 데니스 추차이에브는 “이번 사태는 아주 큰 재앙이지만, 댐이 얼마나 파괴됐는지 아직 알지 못하며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도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배스대학 건축·토목공학과 소속의 모하마드 헤이다르자데 박사는 “카호우카 저수지가 세계 최대급 저수지라는 점이 특히 문제”라며 “전세계의 유사 사례를 바탕으로 볼 때, 오염 물질이 퍼지면서 농업 생산성에 영향을 받는 지역이 아주 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우크라 미국대사관 공습 우려에 일시 폐쇄 1.

우크라 미국대사관 공습 우려에 일시 폐쇄

말 바꾼 바이든, 우크라에 대인지뢰도 승인…민간 피해 우려 2.

말 바꾼 바이든, 우크라에 대인지뢰도 승인…민간 피해 우려

한국 남성 불룩한 배에 ‘독거미’ 320마리…페루 공항서 체포 3.

한국 남성 불룩한 배에 ‘독거미’ 320마리…페루 공항서 체포

우크라, 러시아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발사…푸틴은 핵 문턱 낮춰 4.

우크라, 러시아에 에이태큼스 미사일 발사…푸틴은 핵 문턱 낮춰

비행기서 햄스터 132마리 ‘탈출’…달리는데 모터 달린 줄 5.

비행기서 햄스터 132마리 ‘탈출’…달리는데 모터 달린 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