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항구에서 곡물을 실은 선박이 흑해를 빠져나가기 전 실시되는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스탄불/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17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을 연장한 이후에도 곡물 수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비판하고 나섰다.
유리 바스코우 우크라이나 복원부 차관은 23일(현지시각) 러시아가 흑해 연안의 최대 곡물 수출항인 유즈네의 피우데니 항구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려는 선박들의 운행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항구는 지난해 7월22일 합의된 흑해 곡물 협정에 따라 곡물 수출이 허가된 3개 항구 가운데 가장 많은 곡물을 수출해왔다.
러시아는 곡물 협정 종료 시한을 12일 앞둔 지난 4일 이후 곡물 수송선의 흑해 진입 승인을 중단했다가, 지난 17일 곡물 협정이 60일 연장된 이후 업무를 재개했다. 수송선 승인과 검사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 설치된 공동조정센터에서 이뤄지며, 업무는 우크라이나·러시아·튀르키예·유엔 등 4자가 함께 처리한다.
바스코우 차관은 피우데니 항구로 들어오려는 선박의 검사 업무가 지난달 29일 중단된 이후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2일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척도 이 항구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가 그동안 가장 많은 곡물을 수출하던 이 항구를 배제시킴으로써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급격히 줄이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며 “이는 곡물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유엔도 전날 이 항구로 수송선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시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이 항구에는 150만t 규모의 농산물이 10개국으로 수출되기 위해 대기하고 있으며, 이를 모두 수송하려면 26척의 선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피우데니 항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잇는 수송관을 거쳐 들어온 러시아산 비료의 주요 수출항 구실도 해왔지만,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송관 가동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자국 비료의 안정적인 수출을 위해 이 수송관을 재가동할 것을 우크라이나쪽에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는 흑해 곡물 협정과 별도로 러시아와 유엔이 합의한 러시아산 곡물·비료 수출 안정화 합의에 근거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난 17일 곡물 협정이 세 번째 연장된 이후에도 자국의 요구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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