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 카호우카 댐 붕괴로 인해 홍수가 일어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6일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헤르손/AP 연합뉴스
막대한 경제적, 환경적 손실을 야기한 우크라이나 남부의 노바 카호우카댐 파괴를 놓고 어느 쪽 소행인지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서방에서는 5일 밤(현지시각) 일어난 댐 붕괴 배후로 러시아를 겨냥하지만, 지난해 9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1·2’ 파괴가 나중에 우크라이나 소행이라는 정황이 커진 것처럼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1·2 파괴 때처럼 “왜 우리가 이런 일을 저지르나? 이 사태는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누가 더 피해를 보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댐 파괴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러시아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비비시>(BBC)는 6일 전했다. 우선, 댐 파괴로 인한 침수 피해는 드니프로강 좌안의 러시아 점령지가 입고 있다. 침수로 인해 러시아군이 더 동쪽으로 소개돼서,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헤르손 및 우안 쪽 지역에서 멀어졌다. 헤르손 등이 러시아 포격에서 멀어지게 됐다.
무엇보다도 댐 파괴로 러시아의 전략적 점령지인 크림반도 물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크림반도는 댐에 근접한 운하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크림반도에서 물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우크라이나 쪽이 저지른 고의적인 사보타주(파괴공작)”라고 주장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에서는 더 큰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 반격 공세는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분리하는데 최대 전략적 목적이 있다. 댐 파괴의 영향 지역은 크림반도로 연결되는 최단거리다. 드니프로 강폭이 넓은 데다, 침수 지역까지 더해져서, 우크라이나가 이곳을 거쳐서 공세를 펼치기에는 극히 위험하고 거의 불가능하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댐 파괴 “목적은 명확하다. 전진하는 우크라이나군의 진로에 넘을 수 없는 장애를 만드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댐이 사력댐(자갈과 흙으로 댐을 쌓고 외부만 시멘트 콘크리트로 처리한 댐)이어서 내부에서 폭탄을 장착해야만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전했다. 이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쪽은 댐을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만이 댐을 폭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러시아는 댐을 파괴함으로써 남부 전선을 봉인했고, 현재 우크라이나 공세가 펼쳐지는 동부로 전력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파벨 루진 미국 터프츠대 교수도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런 점들을 지적하며 “러시아는 미사일 공격을 하면서 반격공세를 막으려고 5월을 보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댐을 폭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차대전 때 소련은 나치 독일 침공을 막으려고 드니프로강의 댐을 폭파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댐 파괴 영향 지역은 참호, 진지, 대전차 장애물 등 러시아군의 방어선이 가장 조밀하고 강력히 설치돼, 애초부터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벌일 가능성이 작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반격 공세를 할 때 현 침수 지역보다 더 북동쪽인 자포리자-멜리토폴-베르댠스크로 이어지는 지역 쪽을 택하는 편이 가장 전략적 이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루진 교수도 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의 입지가 더 불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의 군사분석가 마이클 코프먼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우크라이나가 드니프로강을 넘는 위협은 언제나 낮았고, 댐 파괴로 러시아의 드니프로강 동안의 방어선이 침수됐다”며 “이 재앙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아니나, 러시아 점령지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정책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댐 폭발에 러시아 책임이 있다는 보도를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며 “현재로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바 카호우카댐 파괴는 누구의 소행이든 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에 남부 전선의 상황 변화에 맞춘 전략 변경이 불가피해졌다고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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