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국민 저항으로 지난 3월 ‘사법 정비안’ 입법 추진을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입법 추진을 재개하고 있다고 밝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이스라엘 일간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 등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한 뒤 사법 정비안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우리는 이미 재추진하고 있다. 야당과 협상에서 합의를 이루려 노력하고 있으며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사법 정비안이 다시 논의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고 그는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직후 올해 1월부터 사법부의 인사권을 축소하고 집권당이 법관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사법 정비안을 ‘사법 개혁안’의 이름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민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이를 저항하며 반대 시위와 전국적 파업이 거세게 발생하자, 총리는 지난 3월 사법 정비안의 결국 입법 추진을 의회 여름 회기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총리가 사법 정비안을 조용히 묻을 것이란 추측이 이어졌다.
2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정비안 반대 시위가 20주째 이어진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의회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이를 뒤엎는 것이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정비 재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이제 네타냐후에게 속지 않을 것이기에 정비안은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의 발언에 놀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위험한 발언에 대해 즉각적이고 공개적인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성향의 야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네타냐후가 다시 권력에 굶주려 있다. 사법 정비안이 다시 의제로 돌아온다면 우리는 국가 전체를 흔들고 중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 정비에 반대하는 시위는 1월부터 5개월간 20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사법 정비안을 ‘사법 쿠테타’라 부르며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고 의료인, 대중교통 종사자 등 필수 서비스 종사자들도 파업을 벌이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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