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6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있다.AP 연합뉴스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도청 내용 등이 담긴 기밀문서 유출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동맹을 해치는 내용은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각) 베트남 방문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유출 사태 이후 동맹 및 협력국들과 고위층 차원에서 함께 관여하고 있고, 정보의 안전한 보호와 안보 협력 관계에 대한 공약을 명확히 해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들은 바로는 우리가 한 조처들을 평가한다는 것이었고, 우리의 협력에 그것이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며 “지금까지 내가 나눈 대화에 따르면, 동맹 및 협력국과의 협력에 영향을 줄 어떤 것도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 기밀 문서 유출로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도청 의혹이 불거졌지만, 한국 정부는 유감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덜레스공항에서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도 말했다. 한국 정부는 도청 의혹’을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릴 가능성에도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날 <에이피>(AP) 통신은 블링컨 장관이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외교장관 회의(16~18일)에 참석할 예정인데, 이번 사건이 이 회의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고 짚었다. 2010년 위키리크스의 미 외교문서 폭로 때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미국의 도·감청 및 기밀문서 유출과 관련해 아르헨티나,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에 미국 정부의 입장을 설명해야만 했다.
미국은 또 이번 사태로 미국 정보기관들이 국외에서 도청 등의 정보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국외정보감시법’(피사) 702조를 연장하는 데 큰 난관에 부닥쳤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국외정보감시법 702조에 따라서 특별국외정보법원의 허가를 받아서 도청 등의 정보 활동을 수행한다. 이 조항은 의회가 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올해 말로 종료된다. 신문은 애초 낙관적이었던 국외정보감시법 702조의 연장이 이번 사태로 의회가 적어도 통제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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