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도청 등 군사 기밀 문서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소속 잭 테세이라가 14일(현지시각)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 출두한 모습을 그린 법정 스케치. 보스턴/AP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를 유출한 혐의로 체포된 잭 테세이라(21) 주방위군 공군 일병의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미국 우파 방송과 극우 정치인들이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미국의 우파 성향 방송인 <폭스뉴스>의 대표적인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테세이라의 체포 직후인 13일(현지시각)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테세이라 일병의 “유일한 죄는 진실을 말한 것”이라며 “뉴스 매체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을 미국인들에게 말한 청년의 체포를 축하하고 있다. 그를 오사마 빈라덴처럼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의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도 이날 트위터에서 “잭 테세이라는 백인, 남성, 기독교, 반전이다”며 “이것들이 그를 바이든 정권의 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린 의원은 테세이라가 유출한 기밀문서 중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이 비관적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겨냥해 “누가 진짜 적인지 여러분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젊은 하급 주방위군 병사인가, 아니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아닌 핵을 가진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하는 이 행정부인가?”라고 물었다. 칼슨도 “우크라이나는 사실 전쟁에 지고 있다”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의회에서 러시아 군사력이 소진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범죄”라고 공격했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트위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기밀정보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며 “의회 상임위들을 통해서 의회는 왜 그들이 임무를 소홀히했는지에 대해 답을 얻을 것”이라고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했다.
13일 체포된 테세이라는 다음날인 14일 오전 보스턴에 있는 매사추세츠 연방지법에 카키색 죄수복 차림으로 출석했다. 미 당국은 그에게 국방정보 미승인 보유 및 전송, 기밀 문건·자료 미승인 반출 및 보유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테세이라는 최소 1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테세이라는 이날 법정 심리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사의 통보에 “예”라고 두 차례 답했다. 그는 법정에서 아버지가 “사랑한다, 잭”이라고 외치자, “저도 사랑해요, 아빠”라고 말하기도 했다. 테세이라는 기밀 문서를 유출한 인터넷 채팅방인 ‘서그 셰이커 센트럴’에서 총기와 인종주의, 반유대주의에 관한 발언을 하는 등 극우적 성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학창 시절에도 총기, 군, 전쟁 등에 심취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최근 몇개월 동안에는 미군에 대한 환멸을 드러내면서 “입대를 후회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채팅 방 동료들은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