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10일(현지시각)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국방부 기밀 유출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문제의 핵심’인 한국 국가안보실에 대한 도·감청 논란에 대해선 ‘한-미 동맹은 철통같다’는 요점을 벗어난 입장만 내놨다. 중국 관영 언론은 “어두운 곳엔 바퀴벌레 1천마리가 있다”며 미국의 위선을 꼬집었고, 일본 언론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기밀 유출에 대해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계속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방부가 관계 부처들의 조사를 주도하고 있고, 법무부가 유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이런 문서들이 공개된 영역에 노출된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이런 문서들은 보호돼야 한다”며 “따라서 (유출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보좌관인 크리스 마어도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유출 사건은 “국가 안보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는 평가를 전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 역시 핵심을 피해간 답변만 남겼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내용을 중앙정보국(CIA)이 감청했다는 논란에 대한 질문에 사실관계는 설명하지 않고 “우리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철통같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어 “한국은 그 지역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며 “우리는 한국과 여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번 사건이 26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퍼스트 레이디(질 바이든)는 한국 대통령의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0일 사설에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한국의 주권에 대한 워싱턴의 뿌리 깊은 불신과 무시를 반영하는 한-미 관계의 불평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밝은 곳에서 바퀴벌레 한마리가 발견되면 어두운 곳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퀴벌레 1천마리가 있다”며 이번 감청 의혹은 “미국의 낮은 도덕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교류·협력에 영향을 끼칠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주요 피해국인 한국·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바이든 정부 내의 위기감이 강해졌다”고 짚었다.
워싱턴 베이징 도쿄/이본영 최현준 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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