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10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국방부 기밀 유출을 심각하게 보고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국가안보실 감청 논란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은 철통같다’며 요점을 벗어난 입장만 내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기밀 유출에 대해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보고를 받았으며, 계속 보고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방부가 관계 부처들의 조사를 주도하고 있고, 법무부가 유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이어 “이런 문서들이 공개된 영역에 노출된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이런 문서들은 보호돼야 한다”며 “따라서 (유출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한 정보가 주로 유출된 것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미국은 지난 2~3일간 관련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이 문제에 대해) 고위급 접촉을 했다”고 답했다. 나아가 유출된 문서 내용 중 위조된 것도 있냐는 질문에는 “온라인에 있는 일부 문서 내용은 우리가 진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고친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미국 당국자들은 기밀 문서 내용 중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수는 늘리고 러시아군 전사자 규모는 줄이는 등 유포 과정에서 일부 조작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보좌관인 크리스 미거도 이날 기자들에게 이번 유출 사건은 “국가 안보에 대한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는 평가를 전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미거 보좌관은 사진 형태로 유포된 기밀 문서들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우리의 고위 지도자들에게 제공된 일일 정보 보고와 비슷한 형식”이라고 했다. 이어 오스틴 장관은 <뉴욕 타임스> 기사가 나온 6일 아침에 이 사건에 대해 첫번째 보고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 역시 핵심을 피해간 답변만 남겼다. 국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내용을 중앙정보국(CIA)이 감청했다는 논란에 대한 질문에 사실관계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고 “우리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철통같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버던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미국의 과도한 첩보 활동에 한국 쪽에서 비판이 나온다’는 말에 이렇게 답하면서 “한국은 그 지역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들 중 하나”라며 “우리는 한국과 여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이번 일이 26일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는 “우리는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퍼스트 레이디(질 바이든)는 한국 대통령의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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