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사법제도 개편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점거한 모습. 시위는 지난 1월부터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 극우 연정이 추진하는 사법제도 개편 계획이 거센 반발에 부딪친 지 두 달여만에 다소 완화된 수정안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한발 물러선 것이다.
2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한 지 하루만인 이날 지난 1월 발의된 이른바 ‘사법 개혁안’의 수정안을 내놓았다. 사법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선정위원회’에 초안보다 더 많은 야권 인사와 사법부 인사를 넣는 것을 뼈대로 하는 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안이 “집권 연정 또는 야권이 사법부를 장악할 수 없도록 하고 법관 선정의 다양성을 보장하게 될 것”이라며 “다음달 초까지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집권 보름 만인 지난 1월12일 집권 여당의 권한을 강화하고 대법원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내용의 ‘사법 개혁안’을 내놨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무너지고 법관 인사가 정부에 좌지우지 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후 이스라엘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애초보다 한발 물러선 수정안을 마련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밝혔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사법 개혁안’에 대한 타협을 지지할 것이며 광범위한 합의를 구축하는 견제와 균형을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야권은 수정안을 즉각 거부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텔레비전 연설에서 “수정안이 통과되는 순간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며 “이것은 판사를 선출하기 위한 위원회가 아니라, ‘관계자’를 선출하기 위한 위원회”라고 반발했다. 시민단체 ‘블랙 플래그’(Black Flags)도 “네타냐후 총리가 예쁜 단어들로 시위를 잠재우려 한다”며 수정안 이후 시위가 더욱 격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법개혁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는 벌써 3개월째 이어지는 중이다. 이스라엘 언론은 하이파·예루살렘·베에르세바 등 100여개 도시와 마을에서 수만명의 시위대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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