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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네타냐후, 반발 부른 이스라엘 사법제도 개편 타협도 ‘거부’

등록 2023-03-16 10:50수정 2023-03-16 10:57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이 위치한 로드에서 사법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사람이 ‘돌아오지 마’라고 적힌 팻말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다. 로드/로이터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이 위치한 로드에서 사법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사람이 ‘돌아오지 마’라고 적힌 팻말과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다. 로드/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대적인 반발에 부딪힌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대통령의 타협 제안도 거부했다. 역대 최악의 우익 연정을 이끌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사법개악’을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독일 방문을 위해 떠나기 전 공항에서 “대통령이 제안한 (타협의) 핵심적인 부분은 현 상황이 계속되게 하며 필요한 균형을 찾지 못했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앞서 이날 국영방송 연설에서 최근 갈등을 부른 정부 추진 사법제도 개편에 대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하는 제도 개편은 의회가 단순 과반 동의로 법원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가 판사 임명권을 통제하는 등 사실상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선 두 달 넘게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생존은 합의에 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양쪽 모두 한발 물러서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기존 안처럼 의회가 고등법원의 결정을 뒤집지는 못하게 하되, 판사들 역시 사실상 헌법의 기능을 하는 기본법을 바꾸지는 못하게 하는 것이다. 논란이 된 임명권도 여야 정치권과 판사와 국민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맡기고 어떤 쪽도 비토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자는 것이다. 헤르조그 대통령은 “대통령의 초안이 아니라 나라의 초안”이라며 “이기는 쪽도 없고 지는 쪽도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타협 제안이 나온 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대표들이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를 바로 거절하면서 타협의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다. 야당인 노동당의 메라브 미칼리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대통령의 중재안을) 거절한 것은 그가 사법 개혁을 바라지 않고 사법의 전복을 바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법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국민적 저항은 날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민과 야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에는 경찰과 군까지 가세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 후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를 치안장관에 임명했다. 시위 대처를 놓고 장관과 갈등 중인 수도 텔아비브 경찰청장이 직접 시위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에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이스라엘방위군 가운데선 훈련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에이피>는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제도 개편은 수 주 동안 이스라엘인들의 대규모 시위를 불렀고 재계 지도자, 경제학자, 법률 전문가의 비판을 받았다”며 “미국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가운데서도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15일 독일 방문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가 찾은 벤구리온 공항에서도 사법제도 개편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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