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 사법부 권한 축소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AF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권한 축소 시도에 반대해 이스라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군에 이어 경찰에서도 네타냐후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네타냐후 정부가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려는 시도인 이른바 ‘사법 정비’에 반대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은 11일 텔아비브 등 주요 도시에서 50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의 주요 일간지 <하레츠>는 텔아비브에만 20만명이 모였다며, 이날 시위가 “이 나라 역사상 최대 시위”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인구는 약 960만명이다.
네타냐후의 사법 정비에 반대해 주말마다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이날 시위가 10번째였다. 시위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텔아비브 등에서 밤늦게까지 시위대가 거리를 메웠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특히, 이날 시위에서는 경찰이 시위에 극우 성향 치안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에 항명하는 모습도 드러나, 네타냐후 정부의 위기와 분열 심화가 드러났다.
아미차이 에세드 텔아비브 경찰청장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경찰 정복을 입고 시위대 속으로 걸어들어와 시위대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에세드 청장은 시위 대처를 놓고 벤그비르 치안장관과 갈등을 겪고 있다. 벤그비르 장관은 지난 9일 에세드 청장이 시위 대처에 미온적이라며 그를 훈련 부서로 전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갈리 하바라브-이마라 검찰총장은 벤그비르의 결정을 무효화했다. 코비 샤브타이 경찰청장도 이날 에세드를 전보하는 결정에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텔아비브 시위에 참여한 모세 카라디 전 경찰청장은 경찰에 대한 벤그비르의 통제가 전례없이 위험한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벤그비르는 “유죄평결을 받은 흉악범”이라며, 경찰을 적대적으로 인수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봉사하는 사병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인종주의 범죄로 유죄평결을 받은바 있는 벤그비르는 시위대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경찰에 지시해왔다.
앞서, 이스라엘군 내의 예비역 등 군인들도 네타냐후의 사법 정비에 반대해 훈련 등 비필수적인 의무 이행을 거부했다. 특히, 예비역 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전투기 조종사 직역에서 예비군들은 훈련 참가를 거부하고, 국방장관과 만남에서 최근 사태에 항의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이날 시위에서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테러 물결이 우리를 때리고 있고, 우리 경제는 추락 중이고, 돈은 나라를 떠나고 있다”며 “이란은 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새로운 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정부가 관심이 있는 것은 오직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박멸하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라피드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적국인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수교 조약을 맺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도 반네타냐후 시위와 함께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2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서안지구의 나블루스에서 3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사살했다. 이스라엘군은 사살된 3명이 이스라엘군 초소에 발포한 무장세력이라고 발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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