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일 예루사렘 총리 관저에서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부 권한 축소 시도에 대해 군까지 동요하고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 예비역 등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권한 축소 시도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대돼, 군의 경계 태세와 역량에 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전투기 조종사와 정보 업무 관련 예비역 중 일부가 최근 네타냐후의 사법부 권한 축소에 반대하는 연대 서명을 하고 훈련 거부 운동도 조직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수백명의 예비역 전투기 조종사를 대표하는 비행중대장 약 50명은 지난 3일 토머 바르 공군 사령관과 만나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부 권한 축소 추진에 대해 우려를 전달했다. 이스라엘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5 조종사 37명은 공군 사령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주 훈련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들 예비역의 항의는 신호 및 사이버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8200부대’ 및 정예 전투부대에도 영향을 미쳐 군 고위층들이 우려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스라엘방위군 예비역은 전투기 조종사 등 숙련된 역량이 필요한 직역에서 상시적인 훈련을 받고 수시로 작전에 동원되는 등 실제 전투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비역 조종사들은 시리아 및 가자 지구 폭격뿐만 아니라 이란 핵시설 공격에도 참가하고 있다.
3일 공군 사령관과의 회동에서 예비역 조종사들은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부 권한 축소가 민주주의 후퇴일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향후 법적 지위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대했다. 극우 정치인들이 포함된 네타냐후 정부가 자신들에게 불법적인 행위를 명령해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자신들이 기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타냐후의 의도대로 이스라엘 사법부가 바뀌어서 사법부 독립이 침해되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사법 시스템은 범죄 처벌에 적합치 않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로이 쇠도르프 전 이스라엘 부검찰총장은 말했다. 지금도 국제법 위반 논란이 큰 팔레스타인 등에 대한 이스라엘 군사작전이 전범 행위로 국제재판소에서 단죄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예비역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극우 성향인 베자렐 스모트리치 국방 및 재무장관은 서안지구의 한 팔레스타인 주민촌을 ‘말살’해야 한다고 말해,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조종사는 그런 방침에 따른 폭격 명령에 자신들이 따라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전 공군사령관 10여명도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는 이런 과정들의 결과 및 이스라엘에게 미칠 중대하고 감지되는 위협의 결과들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하반기 취임한 이후 의회의 입법을 사법부가 무효화하는 권한을 폐지하는 등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을 추진하자, 최근 몇주 동안 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대 규모의 전국적인 반대 시위가 번지고 있다. 예비역들도 이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이스라엘방위군은 그동안 정치에 관여하지 않았으나, 안보와 대외정책에서는 큰 영향을 미쳐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