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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바이든-시진핑, 소통채널 유지·우크라 핵사용 반대 공감

등록 2022-11-14 21:01수정 2022-11-15 17:52

대만·홍콩·북핵 문제 등 3시간여 회담
바이든 “북에 분명한 메시지 전할 책임”
시진핑 “대만 문제는 첫번째 레드라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전 세계인이 마른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옛 친구’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약 8초 동안 악수를 나눴다. 직후 시 주석이 통역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미국 <시엔엔>(CNN)은 “만나서 반갑다”는 말을 한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8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고, 중국의 두 이웃인 한국·일본과 3각 협력을 강화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연임을 확정해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한 시 주석과 14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각·한국시각 오후 6시30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 남쪽 해변의 고급 호텔 물리아에서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취임 이후 시 주석과 다섯번에 걸쳐 화상·전화 회담을 했지만, 얼굴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다. 미·중 정상이 손을 맞잡은 것도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양국 국기가 세개씩 엇갈리게 세워진 회의장에는 양국 정상 외에 각각 8명씩 배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양옆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앉았고, 중국은 시 주석 좌우로 딩쉐샹 정치국 상무위원과 왕이 중앙정치국원 겸 외교부장, 허리펑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등이 자리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2011년부터 인연을 쌓은 ‘10년지기’ 시 주석에게 먼저 꺼낸 말은 ‘소통의 중요성’과 ‘책임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당신과 개인적으로, 나아가 우리 정부 전체에 걸쳐 의사소통의 선을 열어두는 데 역점을 두려 한다”며 “내 생각에 우리는 두 대국의 지도자로서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차이를 관리하고, 경쟁이 갈등이 되는 것을 피하며, 우리의 상호 협력을 필요로 하는 시급한 세계적 이슈들에서 함께 일하는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현재 중-미 관계가 당면한 국면은 양국과 양국 인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제사회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나는 언제나처럼 중-미 관계의 전략적 문제와 주요한 국제·지역적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 중-미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려 양국과 세계에 이익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회담 뒤 보도자료에서 “두 지도자는 다양한 이슈를 놓고 각자의 우선 사항과 의도에 대해 솔직히 말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티베트, 신장, 홍콩, 북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으며, (중국과 대만) 양쪽에 의한 어떠한 현상 변경에도 반대한다”는 점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만에 대한 중국의 억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과 “비시장경제적 행위”에 대한 우려도 표현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단절된 고위급 소통 채널을 재개하고,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과 위협에 대해 반대”한다는 두 가지 사안에 의견을 모았다. 백악관은 나아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회담의 후속 논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극심한 전략 경쟁 속에 있는 두 정상이 첫 대면 회담을 통해 ‘소통 채널 유지’와 ‘핵 사용 반대’라는 최소한의 접점을 찾은 것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 필요성,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들에 대한 철통같은 방어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한 질문에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장거리 미사일과 핵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전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긴장을 더 고조시키면 “우리 쪽에서 더 방어적인 조처를 취할 것이지만, 그것이 중국을 향하진 않을 것이다. 이는 북한에 선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대중 관계에 전반에 대해선 “우리는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지만 나는 분쟁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려고 한다”고 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당장 대만을 침공하려는 시도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그밖에 기후변화, 코로나19, 인플레이션, 에너지·식량 위기 등 글로벌 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대화가 세 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공동성명 등 합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처음 대면 회담에 나선 만큼 서로 넘지 않아야 할 선(레드라인)을 확인하는 데 회담의 의미를 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워싱턴/ 최현준 이본영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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