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 히원의장 등 미 의회대표단을 태운 미군 항공기가 2일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하려 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2일 오후 말레이시아를 출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항공기가 최단거리인 남중국해를 가로지르지 않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으로 우회해 대만에 도착했다. 중국 쪽과의 우발적인 군사적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3일 <자유시보> 등 대만 매체 보도를 보면, 펠로시 의장 등 미국 의회 대표단을 태운 미군 C-40C 전용기는 전날 오후 3시42분(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이륙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대만의 타이베이까지의 거리는 약 3000㎞로, 항공기로는 4시간4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이날 펠로시 의장이 대만 타이베이의 쑹산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44분으로 꼬박 7시간 걸렸다. 통상적인 비행 시간보다 2시간 더 걸린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남중국해를 피해 대만에 갔다.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를 보면,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는 말레이시아에서 동쪽으로 비행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을 거쳐 필리핀 남쪽까지 간 뒤 북진하는 루트를 선택했다. 남중국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지 않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영공을 거치는 ‘역 니은(┘)’자 항로로 날아간 것이다. 비행거리는 약 4500~5000㎞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의 항공 경로를 보려는 접속자가 동시에 32만명까지 몰리면서 한때 누리집이 다운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우회 비행은 중국이 펠로시 의장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시사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데 대한 대응책으로 보인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는 중국 군이 일부 섬에 군사 시설을 건설해 뒀고, 중국 군용기의 출동도 자주 이뤄진다. 실제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가 대만에 가까워질 무렵 중국 군용기 20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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