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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친미 기울어진 필리핀에 “벼랑끝 말고삐 잡아채라”…중국의 경고

등록 2023-12-26 18:01수정 2023-12-27 02:31

남중국해 영해 갈등 심화 속 거듭 경고
지난 10월4일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상경비대 선박과 필리핀 보급선이 마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월4일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상경비대 선박과 필리핀 보급선이 마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는 필리핀과 그 배후에 있는 미국을 향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정권 교체 이후 미·일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한국의 윤석열 정부와 비슷한 방향으로 외교 노선을 전환하며,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과 격렬히 충돌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5일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종소리’ 평론에서 필리핀과 미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향해 도발하고 있다며 “필리핀이 역외 세력과 결탁해 계속 문제를 일으키면 중국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이 평론의 절반을 할애해 최근 중국-필리핀 갈등의 배후에 있는 미국을 비판했다. 평론은 “필리핀이 의지하는 역외 세력은 바로 미국”이라며 “필리핀에 런아이 암초(세컨드토머스 암초)에 정박하는 군함을 보강하도록 종용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군함을 보내는 등 중국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또 “필리핀과 미국의 결탁은 남중국해 사태를 확대하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며 지역 국가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어떠한 위협이나 협박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필리핀이 ‘벼랑에서 말고삐를 잡아채 멈춰’ 서고, 잘못된 길에서 더 멀리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의 ‘균형 외교’ 노선을 버리고, 미·일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외교 노선을 전개해왔다. 이를 상징하는 움직임이 지난 2월 초 미국에 자국 내 군사기지 4곳에 대한 추가적인 사용 권한을 준 결정이었다. 이 기지 가운데 한곳인 루손섬은 대만에서 30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남중국해는 물론 대만해협 유사시에도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어 지난달 15일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자카르타에서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과 만나 조속히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맺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 자리에서 1951년 체결된 양국 간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필리핀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은 철통같다”고 확인했다.

필리핀의 방향 전환은 일본과 군사협력 강화로도 이어졌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난달 필리핀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상대국과 연합훈련을 심화하는 데 꼭 필요한 ‘원활화협정’(RA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정엔 일본과 필리핀 군인이 훈련을 위해 각각 상대국을 방문할 때 비자 면제, 무기·탄약의 반출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양국 관계가 사실상 ‘준동맹’으로 격상됐다는 평가를 쏟아냈다.

이런 움직임이 이뤄지기 앞서 중국은 지난 1월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베이징에 국빈 초청해 극진히 예우했지만, 필리핀의 대미 접근을 막지 못했다. 당시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로 합의하는 등 해법을 모색했지만 의미 있고 진전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필리핀 관계가 험악해지자 지난 8월께부터 양국이 영유권 갈등을 벌이는 남중국해 섬을 둘러싼 물리적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세컨드토머스 암초와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등에서 자국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하자, 필리핀은 미국·오스트레일리아 등과 해상·공중 연합 순찰을 진행하는 등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필리핀이 해군 함정과 전투기 등을 투입했고, 미국도 함정과 해상초계기 등을 파견했다. 그러자 중국도 미사일 호위함을 보내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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