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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영상] 소도시 대형마트, 우크라 난민들의 ‘버스터미널’ 되다

등록 2022-03-10 16:23수정 2022-03-10 16:47

우크라이나 접경지대를 가다 : 폴란드 프셰미실 인도지원센터
우크라이나 난민 버스 탈 때
“운전기사와 셀카 잊지 마세요!”
폴란드 프셰미실 르보프스카 지역의 한 대형마트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을 위한 ‘이동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프셰미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폴란드 프셰미실 르보프스카 지역의 한 대형마트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을 위한 ‘이동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프셰미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쟁을 피해 메티카 국경 검문소를 통해 폴란드 땅을 밟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은 프셰미실이란 이름의 작은 동네에 도착한다. 인구 6만명의 이 작은 도시는 지난달 24일 전쟁이 터진 지 며칠 만에 폴란드로 몰려드는 어마어마한 난민들을 맞이하는 전초기지가 됐다. 평소 한적했던 기차역·학교·체육관·문화센터 등 여러 지역 시설물은 이제 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1년여 전 영업을 멈춘 한 대형마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이 됐다. 프셰미실의 1번 인도지원센터(Humanitarian Aid Center)로 난민들을 위한 ‘이동센터’ 역할을 하는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버스 터미널’이 됐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여기서 다음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가 향하는 곳은 독일·오스트리아·체코·덴마크 등 인접 유럽 국가들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독일이나 폴란드 등 다른 유럽 나라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폴란드 임시 이동 센터이다. 프셰미실/노지원 기자
우크라이나인들이 독일이나 폴란드 등 다른 유럽 나라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폴란드 임시 이동 센터이다. 프셰미실/노지원 기자

9일(현지시각) 오전 프셰미실에는 굵은 눈이 펑펑 쏟아졌다. 난민을 태우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기 위해 멈춰 있던 50인용 대형 버스의 차창에도 흰 눈이 내려 앉았다. 네덜란드인 운전기사 헤이르트(46)는 트렁크를 열고 목발 수십개와 각종 위생용품들을 꺼내 버스 옆에 쌓았다. 난민들이 다가와 목발을 이리저리 살피며 알맞은 것을 골랐다. 한 꼬마는 초록색 어린이 목발을 골랐다. 원래 제것인 것처럼 목발을 짚고 껑충껑충 뛰었다. 그는 “이곳의 요청을 받고 목발을 가지고 왔다. 승객들이 차면 곧 프랑크푸르트로 출발할 예정”이라며“사람들이 먹을 도시락도 가져 왔다. 독일에 도착하면 숙소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곧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이동센터 입구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한 자원 봉사자가 마이크로폰에 대고 외쳤다. 이동센터의 주 업무는 난민들에게 차편을 연결하는 일이다. 센터에 공식적으로 등록을 마친 운전기사만이 난민들을 태울 수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해 교통편을 제공하려는 사람과 단체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사기를 치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차를 타고 나면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한 예다. 이 때문에 프셰미실 쉼터 곳곳에 무료 차편을 제안하는 이들을 조심하라는 주의문이 나붙어 있다.

이동센터 내부에는 “승차 전에. ①꼭 운전기사와 셀카를 찍으세요. 만약 거부한다면? 절대 차에 타지 마세요. ②차에 올라타기 전에 면허증과 운전기사의 정보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공유하세요. ③피곤한 운전기사는 피하세요”라는 내용의 공지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센터는 신원이 확인된 운전기사에게 금색 팔찌를 제공하고 난민이 믿어도 되는 운전기사인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프셰미실의 1호 인도 지원 센터에 붙은 주의문. 난민들이 교통편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우크라이나어, 영어 등으로 안내하고 있다. 프셰미실/노지원 기자
프셰미실의 1호 인도 지원 센터에 붙은 주의문. 난민들이 교통편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우크라이나어, 영어 등으로 안내하고 있다. 프셰미실/노지원 기자

센터에는 난민들이 버스를 타기 전까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돼있다. 센터 안 15개 공간은 각각 침실·식당·약국·간이병원 등으로 쓰인다. 난민과 봉사자 외에는 센터 안쪽 공간으로 들어갈 수 없다. 접수대에서 난민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은 뒤 초록 팔찌를 받아야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 봉사자, 일반 시민들에 취재진까지 몰리는 다른 쉼터보다 차분한 분위기다. 그 속에서 난민들은 잠시나마 숨을 돌린다. 복도에는 물·과자·분유·기저귀·물티슈·비누·핸드크림·샴푸·생리대·세제까지 난민들이 급히 짐을 싸느라 챙기지 못했을 물건이 복도에 박스 채로 쌓여 있다.

폴란드 프셰미실 르보프스카 지역의 한 대형마트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을 위한 ‘이동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프셰미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폴란드 프셰미실 르보프스카 지역의 한 대형마트가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을 위한 ‘이동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프셰미실/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취재진이 도착한 9일 이동센터 앞 주차장에는 대형버스가 20대 가까이 세워져 있었다. 한 운전기사에게 우크라이나 여성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운전기사는 휴대전화 통역기를 돌려보고는 여성의 무엇이 원하는지 곧 알아챘다. 가득 싣고 온 구호물자를 내린 버스들은 빈 자리에 난민들을 태우고 하나 둘씩 센터를 떠났다. 프셰미실 이동 센터에는 매일 수백~수천명의 난민들이 오고 간다.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9일까지 폴란드로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은 133만명이다.

프셰미실/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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