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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의회, 상위 1% 겨냥 ‘부자증세’ 심의 돌입…자산소득 과세는 후퇴

등록 2021-09-14 14:46수정 2021-09-14 19:43

하원 세입위원회 이번 주에 처리 전망
통과되면 10년 2조2천억달러 추가 세수 기대
소득세·법인세 인상…자산소득세 인상은 후퇴
“법안처리 안하면 4조달러 버는 1%가 2조달러 더 벌 것”
리처드 닐 미 하원 세입위원장이 ‘부자 증세’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리처드 닐 미 하원 세입위원장이 ‘부자 증세’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 의회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부자 증세’를 위한 입법안의 심의에 돌입했다. 애초 계획보다 상당 부분 후퇴한 안이지만 최종 입법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리처드 닐 미 파원 하원 세입위원장은 13일 고소득자 및 자산 보유자들에 대한 증세안을 뼈대로 한 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번 증세안은 소득세는 연 52만3000달러 이상의 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최고 세율을 37%에서 39.6%, 법인세는 연 수입 500만달러 이상의 기업에 대한 세율을 현행 21%에서 26.5%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대신 연 수입 40만달러 이하의 기업의 법인세율은 18%로 낮아진다. 자산소득과 관련해서는 주식 투자 등으로 번 연 40만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 현행 20%에서 25%로 세율이 늘어난다. 이 안이 시행되면 상위 1%를 겨냥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등으로 향후 10년 동안 2조2천억달러의 추가 세수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3조5천억달러의 지출안을 발표했는데, 이번 증세안은 그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다.

닐 위원장이 제출한 증세안은 빠르면 이번 주 하원 세입위원회에 상정돼 처리된다. 공화당 의원들은 모두 반대 입장이지만, 세입위 다수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으로 통과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최종 입법을 위해선 하원 전체 회의 및 상원을 통과해야 된다. 공화당의 반대와 민주당 내 보수파들의 유보적인 태도로 인해 큰 진통이 예상된다.

그 때문에 닐 의원이 제출한 증세안은 바이든 행정부의 애초 안에서 후퇴한 모습이다. 가장 큰 후퇴는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안은 자산소득에 대해 최고 소득세와 비슷한 39%의 과세를 추진했으나, 25%로 후퇴했다. 또, 억만장자들이 소유한 주식 등 자산의 상승된 가치를 자식들에게 무과세로 상속할 수 있는 구멍을 막으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조처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이번 안이 통과돼도, 소득격차와 불평등의 가장 핵심인 부자들의 자산가치 상승과 상속에 대해서는 이전처럼 무과세가 지속된다. 진보 성향의 ‘조세 및 경제 정책 연구소’의 스티브 웜호프 소장은 “세입위 증세안이 그대로 입법화되면,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자신들의 자산을 상속자들에게 넘겨줄 때 자산 수입의 대부분에 대해 여전히 상속세를 한푼도 안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다국적 거대기업의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주도한 ‘글로벌 법인 최저세’도 후퇴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심으로 글로벌 최저법인세(15%)가 합의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해외 수익에 대해 최저 조세율을 현행 10.5%에서 21%로 올리기로 제안했다. 하지만, 이번 안에서는 합의된 글로벌 최저법인세율 약간 상회하는 16.5%로 하는 안이 포함됐다.

그렇지만, 저항은 여전하다. 빈곤 및 경제개발 분야의 석학이자 유엔(UN)의 특별고문인 제프리 삭스는 이 증세안은 최근 몇십년 동안 미국의 최상위 부자들이 벌어들인 엄청난 소득의 일부만 겨냥하고 있다면서도 “옳은 방향이고, 이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상위 1% 부자들이 매해 4조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데, 이대로 방치하면 매해 2조달러를 더 벌어들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중대한 시점이다”며 “현재 미국의 불평등 수준은 19세기 말 금박 시대나 대공황 전인 1920년대의 ‘광란의 2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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