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연금생활자들이 연금을 받기 위해 국립그리스은행 지점 앞에 줄을 서 있다. 테살로니키/블룸버그 연합뉴스
조세개혁 등 10개분야 담아
재정개혁 2년간 130억유로
은퇴연령 5년 늘려 67살로
채권단과 협상타결 가능성
독일 ‘부채 감축’ 엇갈린 신호
재정개혁 2년간 130억유로
은퇴연령 5년 늘려 67살로
채권단과 협상타결 가능성
독일 ‘부채 감축’ 엇갈린 신호
그리스가 9일 밤(현지시각) 구제금융 재개를 위한 재정개혁안을 유로그룹(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 등 국제채권단에 제출했다. 그리스 정부는 개혁안 제출 시한을 불과 2시간 앞둔 이날 밤 10시께 세금 인상, 연금 개혁, 국방비 등 재정지출 삭감, 민영화 등을 뼈대로 한 재정개혁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리스는 이런 개혁안을 조건으로 향후 3년간 535억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채권단에 요구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0일 의회에 세수 증대와 연금 개혁 관련 법안의 개정안을 표결로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스가 9일 제출한 개혁안은 모두 13쪽 분량으로, 재정흑자 목표에서부터 연금 및 조세 개혁과 민영화까지 10개 분야를 아울렀다. 이번 개혁안은 지난달 26일 채권단이 요구했으나 치프라스 정부가 수용을 거부하고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것보다도 일부 분야에서는 채권단의 요구를 더욱 수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재정수지의 개선 규모가 향후 2년간 130억유로로, 지난달 22일 채권단에 제시한 79억유로보다 50억유로 이상 많았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조기 퇴직에 불이익을 주고, 2022년까지 법정 은퇴연령을 67살(40년 근속했을 경우 62살)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부가가치세 표준세율을 현행 13%에서 23%로 올려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세수 확대를 꾀하는 방침도 담겼다. 국방비도 향후 2년간 모두 3억유로 줄이기로 했다.
치프라스 총리가 예상보다 엄격한 재정개혁안을 내놓으면서, 채권단과의 협상 타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그리스의 새 제안은 진지하고 신뢰할 만하다”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으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로그룹은 11일 긴급회의를 열어 그리스의 개혁안을 검토한 뒤, 다음날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의견을 올릴 예정이다. 12일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사실상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 여부를 결정할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그리스의 ‘부채 경감’ 요구가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선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9일 처음으로 그리스 부채를 경감해줄 필요성을 인정했었다. 구제금융 협상 내내 가장 완강한 태도였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부채 경감 없이는 지속가능한 부채 관리를 실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의장도 이날 트위터에 “그리스가 내놓은 현실적인 제안이 채권단의 현실적인 제안과 조화를 이뤄 윈-윈 상황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10일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우리에겐 그리스의 채무 재조정(부채 경감)이나 재평가에 관한 여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쇼이블레 재무장관도 “부채 탕감이나 그에 대한 논의는 매우 회의적으로 본다는 점을 어제 분명히 했다”며 하루 만에 자신의 말을 180도 뒤집었다. 앞서 9일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통적 방식의 부채 탕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어제도, 오늘도 바뀌지 않았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그리스 정부 재정개혁안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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