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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16년 된 ‘통화 통합’ 유로존…첫 이탈 국가 나오나

등록 2015-07-06 20:14수정 2015-07-06 23:51

그리스 빚 35억유로 20일 만기
상환 못하면 ‘그렉시트’ 현실화
치프라스 차용증서 발행한 뒤
3차 구제금융 협상 계속할 수도
그리스 7일 새 협상안 내놓을듯
5일 치러진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이 거부당하면서 유로존(유로를 쓰는 유럽 19개국)은 1999년 창립 이후 16년 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35억유로의 상환 만기일인 20일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현실화를 좌우할 분수령이다.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이뤄진 ‘트로이카’ 국제 채권단을 대표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그리스 국민투표 다음날인 6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그리스 문제를 논의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6일 메르켈 총리와 통화해 그리스 정부가 새 구제금융 협상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정부 새 협상안은 7일 열리는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채권단은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의 요구대로 구제금융 조건에서 긴축 강도를 완화하고 부채를 경감해주든지, 아니면 그리스 지원을 완전히 중단해 그렉시트 발생까지 용인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시리자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가 유로존 평균(91.86%) 이상인 이탈리아(132.11%)나 포르투갈(130.18%), 스페인(97.67%) 같은 나라들도 빚을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반대로 그리스와의 협상에 성공하지 못하면 유로존 창립 뒤 첫 회원국 이탈 사례 발생과 함께 유로존 위기관리 시스템 문제를 노출하게 되는 꼴이 된다.

가장 어려운 선택은 유럽중앙은행이 오는 20일 내려야 한다. 유럽중앙은행은 2010년 유럽 부채위기 발발 당시 그리스 국채를 매입했는데, 이때 매입한 국채 가운데 일부인 35억유로가 오는 20일 만기를 맞는다.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은행들에 긴급유동성지원(ELA)을 끊지는 않고 있지만, 20일 만기 때 그리스가 빚을 갚지 않으면 더이상 긴급유동성지원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긴급유동성지원은 그리스 은행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등을 담보로 삼은 것인데, 20일 그리스가 유럽중앙은행에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더이상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은행들은 영업 중단 조처에도 불구하고 현금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그리스 은행 관계자들이 그리스 은행 보유 현금이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의 긴급유동성지원마저 끊기면 그리스 은행들이 무너지고 기업들이 파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2012년 그리스에 지원을 끊어서 그렉시트까지 고려할 상황이 되자, 비선출직인 자신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리스 정부가 국제 채권단의 긴축 요구를 받아들여 2차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현재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긴축을 순순히 받아들일 기세가 아니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유로존을 ‘그리스의 집’으로 비유하면서 “누구도 자기 집에서 내쫓길 수는 없다”며,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유럽연합 관련 규약에서 유로존 탈퇴와 관련된 규정은 없기 때문에, 유로존 다른 국가들이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내쫓을 수도 없다.

유럽중앙은행의 긴급유동성지원까지 끊겨서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지경에 처해도 당장 그렉시트가 발생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가 추후에 유로와 바꿔준다는 의미의 차용증서(IOU)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버티며 3차 구제금융 협상을 계속할 수 있다. 6일 재무장관 사임 의사를 밝힌 야니스 바루파키스는 “필요하다면 캘리포니아 스타일의 차용증을 발행할 수도 있다. 사실 이전에 이미 발행했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재정이 파탄나서 공무원들의 월급도 주지 못할 지경이 되자 차용증을 발행한 적이 있으며, 아르헨티나도 2001년 디폴트(채무 불이행) 때 차용증을 발행한 적이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가 엄격한 의미에서는 유로존에서 잔류하면서 유로와 차용증을 함께 사용하는 불확실한 상태가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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