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 위기감…새달 6일까지
메르켈·오바마 “그렉시트 막자”
메르켈·오바마 “그렉시트 막자”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깊어지고 있는 그리스에서 정부가 은행 영업을 중단시키고 자본 통제에 들어갔다. 유로 가치가 하락하고 중국·일본 증시가 폭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그리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내각은 28일(현지시각) 은행 영업을 다음달 6일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하루 출금한도는 1계좌당 60유로로 제한된다. 주식시장은 다음달 7일까지 문을 닫는다. 그리스는 키프로스에 이어 유로존(유로를 쓰는 19개국)에서 국외송금 제한 등 ‘자본 통제’를 실시하는 두번째 사례가 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그리스에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늘려주지 않고,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리스의 자본 통제는 불가피해졌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연장안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다음달 5일 실시하는 정부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구제금융 협상 결렬을 뜻하며, 그리스는 30일 만기가 돌아오는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16억유로를 포함해 각종 채무 상환이 힘들어져 디폴트 가능성이 커졌다.
그리스인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국민투표 방안을 발표한 지난 27일부터 주말 내내 현금입출금기 앞에 줄을 서서 유로를 인출했다. 일부에서는 차량용 석유와 생활필수품 사재기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주유소에는 기름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유로존을 주도하는 독일과 미국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28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29일 유로는 한때 1.9%나 폭락하는 등 최근 한달 새 가장 큰 폭으로 떨어져, 유로당 1.0955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리스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31.71%까지 치솟았다. 그리스 디폴트와 그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날 코스피지수는 1.42% 급락했고, 중국 상하이지수는 장중 한때 7.58% 폭락했다가 이후 다소 회복해 전 거래일 대비 3.34%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2.88% 급락해 올 들어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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