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경제

유로존 강경대응에…치프라스 총리, 정권 운명 걸고 도박

등록 2015-06-28 20:07수정 2015-07-06 16:13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22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긴급정상회담장에 들어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22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긴급정상회담장에 들어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구제금융안 국민투표에 부쳐
급진좌파 시리자 정부의 붕괴냐, 그리스의 디폴트냐. 그리스 사태가 발발 5년 만에 최고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의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국제채권단이 제안한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회부하며, 정권을 건 도박을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채권단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으려고 시리자 정부의 실각까지 유도하는 모습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27일 국민투표 실시를 밝힌 긴급 연설에서 “(국제채권단의 최후통첩안이) 연금 축소와 공공부문 지출 감축, 부가가치세율 증가를 요구했다”며 “노동권과 평등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그리스 국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의 결과가 무엇이든 간에 국민 여러분의 민주적 선택의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채권단의 최후통첩안을 정권 차원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으니, 최종적인 판단을 국민에게 맡긴다는 뜻이다.

찬성 땐 총리사퇴 또는 새 내각
반대면 디폴트·유로존 탈퇴 기로
국내여론은 결렬보다 타결 바라
채권단 “차라리 새 정부가 낫다”
유로존 탈퇴는 모두가 원치 않아
30일 빚 못갚으면 디폴트 촉발

시리자 정권은 지난 1월 긴축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외치며 집권에 성공한 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이뤄진 국제채권단인 소위 ‘트로이카’와 구제금융 연장 조건을 놓고 줄다리기를 5개월간 해왔다.

오는 5일 치르는 국민투표에서 국제채권단 구제금융안 수용 반대보다 찬성이 많으면, 시리자 정부는 정치적 위기에 처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만일 이런 결과가 나온다면 치프라스는 사임 압력을 받거나 아니면 최소한 현 정부 구성을 급격히 변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제금융안이 국민투표에서 거부되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치프라스 총리의 연설 전 발표된 협상과 관련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들은 협상 결렬보다는 타결을 더 희망하고 있다. 그리스 여론조사기관 ‘알코’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57%가 채권단과 협상 타결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인 ‘카파 리서치’는 1005명을 대상으로 ‘채권단과 정부 사이에 고통스러운 협약이 맺어져 국민투표로 찬반을 묻게 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47.2%가 협약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국제채권단을 주도하는 유럽연합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에서는 시리자 정권 붕괴 뒤 그리스의 새로운 정부와 협상을 하는 편이 낫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유로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그리스 정부가 협상안에 대해서 저렇게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데, 국민투표에서 협상안 찬성 결정이 나더라도 협상안 내용이 올바르고 양심적으로 집행되겠느냐”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국민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시리자 정부는 국제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국제채권단은 그리스 디폴트 위기에도 그리스 구제금융을 국민투표 실시와는 상관없이 오는 30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30일은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에 갚아야 하는 약 16억유로 채무 만기일이다. 그리스가 이 채무를 갚을 자금은 없기 때문에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30일 국제통화기금 채무 상환 실패가 엄밀한 의미에서 당장 디폴트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리스가 이 채무를 갚지 못해도 국제통화기금은 회원국 상환 실패를 ‘체납’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민간 채권자에게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때만 디폴트로 규정한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 체납과 구제금융 지원 중단은 그리스가 결국에는 민간 부문 채무까지 불이행하는 디폴트 사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국제채권단은 그리스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28일 “그리스가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안 수용을 거부하면 그리스가 실제로 유로존을 이탈할 수 있다”며 “그리스 정부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그리스는 유로존에 머무를 운명”이라며 “어떤 나라도 그리스가 유로에서 나가길 원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내부에서도 아직은 유로존 잔류 의견이 많다. ‘카파 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8.3%가 그리스를 유로존 밖으로 나가게 하는 어떤 정부 정책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북 핵보유국”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인준안 극적 통과 1.

“북 핵보유국”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인준안 극적 통과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2.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3.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북한 “한국, 정치혼란 수습부터”…유엔서 핵 개발 지적에 발끈 4.

북한 “한국, 정치혼란 수습부터”…유엔서 핵 개발 지적에 발끈

[포토] 미국은 지금 ‘한파 주의보’…뉴욕 허드슨강도 ‘꽁꽁’ 5.

[포토] 미국은 지금 ‘한파 주의보’…뉴욕 허드슨강도 ‘꽁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