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대표부 “양자협의 끝나야”
우리정부 이해 반영 어려워져
우리정부 이해 반영 어려워져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참가는 기존 12개 참가국들의 협상이 마무리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29일(현지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티피피 협상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 표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어느 국가라도 새로 합류하려면 현 티피피 참가국들과 양자 협의를 마무리해야 하고 이들 국가는 또 적절한 국내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새 참가국의 합류는 현재 참가국들 간의 협상이 결론이 난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티피피에 가입할 때 기존 참가국들의 협상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한국의 이해를 반영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티피피 참가국들은 개방도가 높은 수준의 협정을 목표로 전체 회원국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협정의 기본규칙을 어떻게 짤 것인지와 양자 간 상품관세 양허 협상을 진행중인데, 이 과정에 대한 협상에 참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프로먼 대표는 “기존 참가국과 마찬가지로 한국과의 협의도 기존 의무들의 완전한 이행을 포함한 미해결 양자 이슈들을 해결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티티피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 같은 한-미 간 무역 현안에도 압박을 가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정부 “타결 늦어질 것”…불이익 없다 판단
미국이 이례적으로 이런 내용을 발표한 것은 협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와 함께, 기존 참여국들과 협상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연내 타결을 목표로 기존 참가국들과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이 2009년 첫 집권 이후 최저치로 추락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황을 반전시킬 정치적 카드가 필요하다. 협상이 연내 또는 늦어도 내년 1분기 안에 타결된다고 해도 내년 6~7월에나 의회 통보가 가능하다. 한국이 협상에 참여해 새로운 요구 조건들을 내걸게 되면 협정 타결 자체가 지연될 것을 미국은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일본·베트남·말레이시아 등과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먼 대표가 7~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티피피 각료회의를 앞두고 1일 일본을 방문하고, 2~3일에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미 무역대표부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약속한 게 연내 타결이지만 현재 진척도는 40% 수준이어서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이 티피피 협상 과정에서 큰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12개국 협상대표들은 지난달 말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만나 상당수 핵심 현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정남구 이춘재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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