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25일 워싱턴에서 왕웬타오 중국 상무장관과 만나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을 제재하겠다고 밝힌 지 나흘만에 미-중 상무장관이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월 중국 기구의 미 영공 침범 이후 두 나라의 장관급 인사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지나 러몬도 장관이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왕웬타오 중국 상무장관과 만나 “미-중의 전반적인 무역·투자 환경과 잠재적 협력 분야를 포함한 양국 간 상업 관계에 대해 솔직하고 내용 있는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왕 장관은 미국 미시건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러몬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왕 장관에게 “중국에서 조업 중인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중국이 최근 보인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고 미 상무부는 밝혔다. 중국 상무부도 26일 성명을 내어 왕 장관이 러몬도 장관에게 “미국의 대중 무역정책, 반도체 정책, 수출 규제, 대외투자 심사 등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현재 미-중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했고, 지난해 12월엔 중국 반도체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에 대한 수출도 막았다. 그러자 중국은 21일 마이크론의 제품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중국 내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게 “이 회사 제품의 구매를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첫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두 장관의 치열한 설전이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상무부는 “이 만남은 중국과 의사 소통을 유지하고 책임 있게 관계를 관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도 “구체적인 경제 무역상의 현안이나 협력을 위해 교류를 유지·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왕 장관은 26일엔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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