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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하원 중국특위 “한국, 중국서 마이크론 공백 메우면 안 돼”

등록 2023-05-24 11:56수정 2023-05-24 20:15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제재를 가한 가운데 미국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국특위) 위원장이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면 안 된다고 요구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미-중 ‘반도체 전쟁’ 틈바구니에서 더욱 곤란해지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은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갤러거 중국특위 위원장이 23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미국의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는 데 이용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성명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성명에서 “근년에 이번 같은 중국공산당의 직접적인 경제적 강압을 경험한 우리의 동맹 한국도 마찬가지로 (마이크론의)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지난 21일 안전 심사 결과 중국의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마이크론 제품을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들이 구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에 대해 한국이 미국의 편을 들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마이크론의 디램과 낸드플래시의 중국 판매가 막히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대체 공급선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말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당국의 안보 심사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이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갤러거 위원장은 나아가 “미국이나 동맹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용인하면 안 된다”며 미국이 중국 업체에 대한 추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상무부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를 즉각 거래 제한 명단에 올려야 한다”며 “어떤 사양의 미국 기술도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분야 중국 업체들에 제공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이미 지난해 12월 미국의 거래 제한 명단(엔티티 리스트)에 올랐다.

미국 정부와 민주당도 한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국 상무부 역시 중국의 제재 조처가 나온 직후인 21일 “중국의 메모리칩 시장 왜곡”에 대해 동맹들과 함께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23일 반도체 업계 및 동맹국들과 마이크론 제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마이크론 제재는 “실제적 근거가 없다”며 “시장을 개방하고 투명한 규제 체제를 약속한다는 중국의 주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상무부가 이 문제로 중국 정부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한 목소리로 ‘동맹과의 공조’를 강조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한국 정부에 대한 압력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이 한국 정부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고, 마이크론이 실제 타격을 입으면 중국에 판매를 늘리지 말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중국에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한국 업체들은 지난해 10월 미국이 중국에 취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판매 금지 대상에서 우선 1년만 예외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미국의 요구에 취약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이 지난해 8월 ‘반도체 지원법’(칩앤 과학법)에 따라 중국 투자와 생산 확대 제한을 미국 투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삼은 상태여서 더 난감할 상황에 내몰린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3월에 내놓은 ‘가드레일’ 지침을 통해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내 생산을 5% 이상 확대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중국 생산 확대 범위를 늘려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한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생산 확대 한도를 5%에서 10%로 올리고, 10% 생산 확대를 허용하는 범용 반도체 기준도 낮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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