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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파국이냐 합의냐 갈림길…17시간 밤샘회의 끝 타결

등록 2015-07-13 20:49수정 2015-07-13 21:55

치프라스 개혁안 보다 가혹한 조건
백기투항 요구…온라인서 반대운동
독·프 등과 4자회담서 막판 타결
“이 협상 우리를 대표하지 못한다”
그리스 노동장관, 타협안 반대
13일 오전 유로존 정상들이 밤샘 회의 끝에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극적으로 합의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브뤼셀/EPA 블룸버그 연합뉴스
13일 오전 유로존 정상들이 밤샘 회의 끝에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극적으로 합의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브뤼셀/EPA 블룸버그 연합뉴스
“오늘 유럽 프로젝트는 칼날 위에 서 있다. 유로존은 산산조각날 수도 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13일 독일 라디오 <도이칠란트펑크>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마감시한을 넘긴 뒤 밤을 새워 계속된 그리스 구제금융 관련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유럽통합이라는 유럽의 원대한 이상이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유럽연합 의회에서 ‘사회민주주의자진보연대’의 의장을 맡고 있는 슐츠의 표현대로 멀게는 유럽통합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한 1950년대 이래, 가깝게는 유로존이 출범한 1999년 이래 13일은 유럽통합의 이상이 가장 엄중한 위기에 처한 날이었다. 통합의 이상 뒤에 가려진 유럽의 민낯이 드러난 날이기도 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브뤼셀/EPA 블룸버그 연합뉴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브뤼셀/EPA 블룸버그 연합뉴스
유로존 정상들은 협상 마감시한인 12일 자정을 넘긴 뒤 밤을 새워가며 17시간 동안 협상을 계속하는 진통을 겪었다. 이들은 전날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마련한 구제금융 협상 재개 초안을 놓고 논쟁을 거듭했다. 재무장관들은 12일 두차례 회의 끝에 그리스에 더 엄격한 긴축과 자산매각 등을 요구하는 초안을 만들어, 이날의 진통을 예고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마련한 4쪽짜리 초안에는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 15일까지 의회 승인 △연금 및 노동시장에 대한 ‘야심찬’ 개혁 △국제채권단의 아테네 상주 및 입법안에 대한 전면적 감시 △500억유로 상당의 그리스 자산을 민영화를 위해 외부 펀드에 기탁할 것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리스의 한시적 유로존 이탈을 위한 신속한 협상 등이 포함됐다.

이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국제채권단에 제출한 재정개혁안보다도 더욱 가혹한 조건이었다. 치프라스 총리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거부했던 채권단의 구제금융안보다도 더 엄격한 재정개혁안을 제출해, 협상의 전망을 밝게했다. 하지만, 11일 오후부터 시작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우리는 (그리스의)약속에만 기댈 수 없다”며 이런 낙관적 전망을 일축했다.

특히 ‘최소 5년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500억유로어치 그리스 자산의 외부 펀드 기탁’ 등을 제안하는 독일 재무부의 실무검토안이 독일 언론에 보도되자, 논란은 거세졌다. 독일 쪽이 그리스의 완전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가운데, 동유럽과 핀란드 등도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에 반대 의견을 냈다. 그리스 구제금융 불발과 유로존 탈퇴가 임박한 듯 보였다.

12일 오후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막을 내린 뒤 예정됐던 유럽연합 전체 28개국 정상회의는 취소됐고, 유로존 19개 회원국만이 정상회담을 열리로 하면서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또 유로존 정상회의에 제출된 4쪽짜리 협상안 초안이 공개되자, 그리스의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치욕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온라인 상에서는 집단 반대운동이 벌어졌다. 그리스에 엄격한 긴축을 요구하는 구제금융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유로그룹의 요구는 미친 짓이다”라며, 유로그룹의 요구를 비판하는 운동인 ‘이건 쿠데타이다”는 정확히 옳은 것이다”라고 가세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회의에 앞서 “한시적인 유로존 탈퇴라는 것은 없다”며 에둘러 독일 쪽의 자세를 비난했다.

13일 새벽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트 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의 4자회담이 열리면서, 회의는 파국이냐 합의냐는 갈림길로 접어들었다. 결국 오전 9시 투스크 의장이 합의했음을 알리는 트위터를 날리면서 17시간에 걸친 협상은 타결됐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를 포함하면 꼬박 이틀간 계속된 진통이었다.

협상 타결 발표 직전에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는 “17시간의 협상 끝에 우리는 합의에 근접했다. 유럽은 강하다”고 트위터를 날렸다.

하지만, 비슷한 시각에 그리스 노동장관은 “이 협상에 대해 ‘예스’라고 말하기 힘든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이 협상이 우리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3일은 유럽의 유럽의 균열과 허약함을 드러낸 날이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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