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이긴 것만은 아닌 치프라스…질 수조차 없는 메르켈

등록 2015-07-06 20:29수정 2015-07-06 23:59

그리스 긴축안 국민투표 부결
치프라스
“그리스인 옳은 질문 답했다
하지만 손쉬운 해법은 없어”
채권단과 협상 고된 길 시사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가 6일 수도 아테네 대통령궁에서 열리는 정당 대표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아네테/신화 연합뉴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가 6일 수도 아테네 대통령궁에서 열리는 정당 대표들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아네테/신화 연합뉴스
그리스인들이 ‘불금’ 분위기에 젖어 있던 6월27일 토요일 새벽 1시,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폭탄선언을 했다. 벼랑 끝에 선 그리스의 운명을 놓고 ‘트로이카’와 줄다리기를 하는 지난 5개월 동안 협박도 하고 읍소도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16억유로의 만기인 6월30일 자정은 째깍째깍 다가왔다. 치프라스의 선택은 ‘올인’이었다. 그는 채권단의 구제금융 연장 협상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운명을 건 ‘도박’이었고,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채권단은 앞으로 그와 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까지 보였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는 이겼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5일, 치프라스 총리는 “민주주의가 협박당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그리스는 용감한 선택을 했으며 이는 유럽에서의 논쟁(의 판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권자들이 내게 위임한 게 유럽에 반대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라”는 시민들의 뜻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를 독려하며 그것이 그리스에 더 좋은 협상의 조건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파했다. 또 반대가 유로존 탈퇴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표심을 달랬다. 트로이카가 원하는 것은 그리스 정권교체였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번 투표 결과가 그리스의 승리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오늘 그리스인은 옳은 질문에 답했다”며, 그리스 민주주의와 시민들을 추어올리면서도 “손쉬운 해법은 없을 것”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국민투표에서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지만 치프라스 총리 앞에 놓일 협상 테이블의 분위기는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다. 영국 싱크탱크인 테니오 인텔리전스의 볼팡고 피콜리 이사는 “치프라스 총리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가까워지는 여정에 착수하거나, 오늘 성공적인 ‘반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들의 요구를 더 수용한 제안을 통해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쪽도 ‘그리스의 승리’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럽외교정책을 위한 헬레닉 파운데이션의 루카스 추칼리스 회장도 “최선의 시나리오에 따라도 그리스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메르켈
독일 매체 “우왕좌왕” 비판
미국 언론 “국내 여론 따라
강경노선 유지할 가능성” 전망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가 6일 베를린 총리 집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논의하기 위해 7일 긴급 유로존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겔 독일 총리가 6일 베를린 총리 집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들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논의하기 위해 7일 긴급 유로존 정상회의를 소집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그리스 악몽’은 지난달 26일 밤 시작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유럽연합 정상들과의 회의까지….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둘러싼 지리한 협상에 시달린 하루였다. 겨우 베를린에 도착해 한숨 돌리던 그의 짧은 휴식은 한 통의 전화로 끝장났다. 한때 “개인적으로는 꽤 열려있고 사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치프라스 총리가 ‘협상안에는 뜻이 없고, 그리스에서 국민투표를 먼저 실시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침착하고 냉정을 유지하기로 유명한 메르켈 총리는 이틀 뒤 자신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치프라스 정부의 정책들이 “과격하고 이념적”이라며 치프라스 총리가 “눈을 똑바로 뜬 상태에서 그리스를 벽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최신호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메르켈 총리 임기 중 가장 큰 난관을 안겼다”고 썼다.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세계 인구의 7%밖에 안 되고 세계 경제 생산의 25%를 차지하는 유럽이 세계 사회복지 비용의 절반을 지출하고 있다”며 유럽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그리스 위기에 대한 입장도 같았다. 그는 그리스가 유럽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더 강도높은 긴축을 감내해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재정 건전성에 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슈피겔>은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위기를 대처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가 자신이 그리스를 붕괴하게 내버려둔 유럽연합의 ‘무덤 파는 사람’(그레이브 디거)로 비치는 것을 우려해 우왕좌왕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잡지는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와 유럽 모두를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장 그리스 채무 경감 등 ‘그렉시트’를 막기 위해 대폭 양보를 하거나 보수적 독일 여론을 따라 협상을 거부하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 중 선택을 해야 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둘 다 위험이 따르지만, 독일 국내 정치역학에 따른다면 메르켈 총리가 강경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유럽개혁센터의 사이먼 틸포드도 “그리스 투표 결과의 정치적 파장이 독일 같은 나라가 삼키기엔 너무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가 날아든 5일 메르켈 총리가 올랑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리스 시민들의 표심은 존중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1.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북 핵보유국”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인준안 극적 통과 2.

“북 핵보유국”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인준안 극적 통과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3.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트럼프 “다시 김정은에게 연락해 보겠다” 4.

트럼프 “다시 김정은에게 연락해 보겠다”

미 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에 제동…“명백히 위헌” 5.

미 법원, 트럼프 ‘출생 시민권 제한’에 제동…“명백히 위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