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
‘치프라스 총리 협상력 높이기’
그리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권 내부에서도 강경파로 꼽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54) 재무장관이 국민투표 다음날인 6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국제 채권단한테 ‘미운 털’이 박힌 자신이 물러남으로써,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바루파키스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더이상 장관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먼저 “5일 국민투표는 유럽의 작은 나라가 빚의 올가미에 대항해 일어난 독특한 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라며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뒤 나는 일부 유로그룹 사람들이 내가 회의에서 사라져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며 “총리가 (국제 채권단과)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잠재적으로 이런 방안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오늘부터 재무장관직에서 떠난다”라고 적었다.
바루파키스는 또 “채권자들의 (자신에 대한) 증오를 자랑스럽게 받아들이겠다며”며 “우리 좌파는 공직의 특권에 신경쓰지 않고 단체로 행동하는 법을 알고 있다. 나는 치프라스 총리와 새 재무장관, 그리고 우리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게임이론에 정통한 좌파 경제학자인 바루파키스는 지난 1월 재무장관 취임 이후 각국 장관들을 만나 채무 협상을 할 때도 가죽점퍼 차림이었으며, 오토바이를 즐겨 탔다. 지난 3일 그리스를 향한 유럽의 압박을 “테러리즘”이라며 비난하는 등 국제 채권단을 겨냥한 강경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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