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
강경한 비판 파문
‘마르크스주의 오토바이족’ 별명
‘마르크스주의 오토바이족’ 별명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국민투표를 앞둔 3일 스페인 일간 <엘문도>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를 향한 유럽의 압박을 ‘테러리즘’이라고 강하게 비난해 파문을 일으켰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채권단이 그리스 은행들의 문을 닫도록 강요하는 것은 그리스 국민을 겁먹게 만들려는 것”이라며 “그게 바로 테러리즘”이라고 했다. 사실상 국제채권단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것이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그리스 은행들이 예금자들에게 베일인(Bail-in,채권자 손실 부담)을 강제하는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대해서도 “사악한 소문”이라고 일축하며 “(국제채권단이) 공포를 파는 테러리즘”이라고 힐난했다.
바루파키스는 같은 날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는 “다행히도 우리는 6개월치의 석유와 4개월치 약품을 비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 탕감 등으로 상황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해 오래 버틸 채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국민투표 결과가 채권단 요구에 대한 ‘반대’로 나오더라도 구제금융 협상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리스가 붕괴하면 (스페인의 국내총생산액과 맞먹는) 1조유로의 손실이 일어날 것”이라며 “채권단이 그런 상황이 되기까지 내버려둘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임이론에 정통한 좌파 경제학자인 바루파키스는 유럽 각국의 구제금융과 연금 삭감 등 긴축정책 요구에 대해 ‘재정적 물고문’ 이라며 반발해 왔다. 가죽점퍼에 오토바이를 즐겨타는 바루파키스는 장관 취임 이후 각국 장관들을 만나 채무협상을 할 때도 가죽점퍼 차림이었다. “마르크스주의자 오토바이족 같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당신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긴축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터프하고 섹시하다’는 반응도 얻었다.
하지만 그의 지나친 강경입장과 튀는 발언이 최근 위기에 몰린 치프라스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투표에서 채권단 요구에 찬성하는 표가 우세하면, 그가 1차 희생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루파키스는 이미 “투표 결과가 찬성으로 나오면 즉시 재무부 6층 사무실을 비우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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