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구제금융 연장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둔 3일(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경찰과 반 유럽연합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구제금융 연장안 “반대” 차츰 줄어 “찬성” 팽팽
아테네 등 곳곳에서 찬-반 집회
치프라스 총리 “반대해야 살 수 있다” 막판 호소
전 총리들은 “유럽 일원으로 남아야” 찬성 독려
연정 그리스독립당 의원 4명, 치프라스에 등돌려
아테네 등 곳곳에서 찬-반 집회
치프라스 총리 “반대해야 살 수 있다” 막판 호소
전 총리들은 “유럽 일원으로 남아야” 찬성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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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명운을 건 국민투표를 앞둔 3일 그리스는 채권단의 구제금융 연장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아테네 거리 곳곳에 나붙은 ‘찬성’ ‘반대’ 포스터와 현수막, 낙서들이 그리스가 처한 혼란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27일 국민투표안을 내놨을 때만 해도 그리스 시민들의 다수는 구제금융 연장안에 반대했다. <블룸버그>가 마케도니아대학 조사기관과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응답자의 과반이 “반대”했고, 연장안에 “찬성”하는 쪽은 25%를 조금 넘었다.
하지만 일주일 새 여론은 급격히 달라졌다. 은행들이 문을 닫고, 자본통제가 실시되며 유럽 정상들이 그리스 국민투표가 ‘유로존 탈퇴 여부를 묻는 것’이라고 공세를 펴자 상황이 바뀌었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2일 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43%로, “찬성” 42.5%와 비슷했다. 현지 일간 <에트노스>가 3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이 44.8%, “반대”가 43.4%로 나타났다. 찬-반 양 진영의 대립은 이날 저녁 아테네 도심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다. 첨예하게 의견이 갈려도 오는 5일의 국민투표 이후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에 대한 불안은 마찬가지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막판 여론전에 온힘을 쏟았다. 그는 “반대표가 많으면 많을수록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구제금융 연장안에 서명하느니) 차라리 팔을 잘라버리는 게 낫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 둘은 국민투표에서 구제금융 연장안에 대한 찬성이 우세하면 사퇴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리스 정부는 국민투표 홈페이지에 5년에 걸친 구제금융 기간 그리스 경제가 파탄난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치들을 올려놨다. 그리스 정부는 이 기간 청년실업은 25%, 자살률은 35% 늘어난 반면, 평균 임금은 38%, 평균 연금은 45% 하락했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연장안 찬성 진영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전 총리는 지난 5년여간 지켜온 침묵을 깨고 그리스 국민들이 찬성표를 던져 “무모함과 분열”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전 총리와 콘스탄틴 미초타키스 전 총리도 “찬성표를 던져 유럽의 일원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립정부 내 그리스독립당 의원 4명도 치프라스 정부의 반대편에 섰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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