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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최후 선택’ 몰린 그리스…‘정권 교체’ 압박하는 독일

등록 2015-07-02 19:48수정 2015-07-06 16:04

그리스 국민투표 ‘폭풍 전야’
“어떤 대가를 치르든 합의만 추구하는 건 좋은 유럽인이 아니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파멸의 세이렌들이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된 다음날인 1일 오후(현지시각) 독일과 그리스의 정상이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았다. 치프라스 총리가 ‘엄격한 긴축’을 요구하는 유럽 채권단의 협상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오는 5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뒤, 양쪽의 대립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극단적인 불신과 감정 대결로 치닫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1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세계가 지켜보고 있지만 유럽의 미래는 위태롭지 않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위험을 평가절하했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국민투표가 끝날 때까지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리스의 협상전략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과시하며 그리스 정부를 압박한 것이다.

메르켈 “유럽 미래 위태롭지 않다”
치프라스 “파멸의 세이렌들이 협박”

국민투표 ‘찬성’땐 채권단에 칼자루
‘반대’땐 그리스 벼랑끝 협상 힘실려

치프라스 총리는 메르켈의 연설 몇 시간 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연합 지도자들을 ‘극단주의 보수 세력’이라고 비난하며 정면으로 맞받았다. 그는 “파멸의 세이렌들이 그리스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날 아무런 전망도 없이 모든 것에 ‘예스’라고 말하라고 그리스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세이렌은 미녀의 얼굴과 독수리의 몸을 가진 괴물이다. 매혹적인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바다로 뛰어들게 만든다. 치프라스는 구제금융을 대가로 가혹한 긴축을 요구하는 국제채권단을 치명적인 세이렌에 빗댄 것이다.

그리스 국민투표는 치프라스 정부와 채권단 모두한테 양날의 칼이다. 채권단의 협상안에 ‘찬성’이 우세하면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는 명분을 잃고 정권을 내놓을 수도 있다. 채권단으로서도 치프라스 정부와 협상을 지속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반대’가 나올 경우 치프라스 정부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이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서 그리스가 유로존 균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그리스 쪽의 협상 파트너가 바뀌길 바란다. 영국 <가디언>은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이번 그리스 국민투표로 치프라스 정권이 물러나길 바란다는 게 독일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짚었다. 신문은 독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은 최소한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교체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독일 좌파당도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정부를 전복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리스와의 협상에서 독일의 냉정한 태도를 두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1일 “메르켈 총리가 치프라스 총리에게 복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제프 야닝 유럽연합 자문위원은 이 신문에 “치프라스가 협상안 수용 여부를 자국 국민투표에 부침으로써 메르켈을 압박하려 했기 때문에, 이번엔 메르켈이 치프라스를 쥐어짜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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