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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불신 깊어진 독일-그리스 담판 실패…상생 출구 못찾아

등록 2015-07-02 19:46수정 2015-07-06 16:05

부채협상 왜 파국 맞았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지난 1월 취임한 뒤 지속된 그리스 부채 협상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로이터> 통신과 <워싱턴 포스트>는 그리스와 채권단 모두 벼랑 끝 협상으로 일관하다 실수와 오판에 빠진 협상의 막후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지난달 26일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프랑스 대표부의 작은 사무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메르켈과 올랑드는 최종 제안을 내밀었다. 치프라스가 긴축 지속 등 경제개혁안에 동의하면 구제금융을 연장하겠다는 것이었다. 회의는 오래가지 않았다. 치프라스는 전날 이미 채권단과는 합의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리스의 운명에 관한 결정을 유권자들에게 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브뤼셀에 오기 전에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해 놓았다. 아테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는 국민투표를 선택했다. 그가 늦은 밤 대국민 연설을 하기 직전, 메르켈과 올랑드는 이를 전화로 통보받고는 충격에 빠졌다.

지난 1월 총리에 취임한 뒤 부채 재협상에 나선 치프라스의 결의는 강철 같았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그리스의 부채 탕감과 긴축 종식이라는 소속당 시리자의 요구를 더 완강히 고수했다. 상대는 철옹성의 재정 규율을 가진 메르켈이었다. 메르켈의 첫 목표는 채권단의 입장 통일이었다.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등 유럽연합 안에서는 치프라스의 부채 탕감 요구에 동정적인 자세가 있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독일에 양보를 촉구하는 쪽이었다.

메르켈·올랑드 최종제안 때
치프라스는 국민투표 선택

뒤늦은 연금개혁안 독일서 외면
막판 철회 고민 그리스 투표 ‘외길’

그리스 재무장관이나 많은 경제통들은 그리스의 당면한 현금 고갈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유로존의 구제금융 기금인 유럽안정화기구(ESM)의 역할 확대를 제안했다. 즉, 이 기금이 그리스에 대한 국제통화기금의 대출금과 유럽중앙은행이 소유한 그리스 국채를 인수해, 저율의 장기대출로 바꾸자는 제안이었다. 메르켈은 라가르드에게 이런 양보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치프라스는 소속당 시리자의 강경파에 떠밀렸다. 그는 “구제금융하에서 5년 동안 (그리스를) 약탈했다”며 채권단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였다. 채권단 쪽은 그리스가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직전이 되어서야 뒤늦게 새 제안을 내놓아 검토할 시간도 주지 않는 등 고의로 협상을 무력화시킨다고 의심했다. 협상은 끝없이 이어졌고, 양쪽은 서로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기존 구제금융이 종료되는 시한인 6월말이 다가오자, 그리스에서는 뱅크런 양상이 벌어졌다. 일주일 만에 40억유로가 빠져나갔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중앙은행 총재는 긴급 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버티던 치프라스도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걸림돌은 연금 개혁이었다. 연금 지급액은 그리스 국내총생산의 16% 규모였다. 조기은퇴를 해 연금을 챙기고, 몰래 일하는 시민도 많았다. 치프라스는 실업이 만연한 그리스에서 연금은 많은 가족들의 유일한 수입원이라며 저항했다. 그러나 그도 6월22일 유럽 지도자들이 모인 브뤼셀 회의에서 결국 연금개혁안을 내놓았다. 연금적립액과 과세를 늘리는 쪽에 초점을 맞췄으나, 채권단은 연금 삭감을 더 요구했다. 국내에서는 반발이 일었다. 연급 수령자들이 거리에 나왔고, 개혁안은 그리스의 ‘묘비’라고 비난받았다.

채권단의 완강한 자세에 치프라스는 결국 국민투표안을 생각해냈다. 그는 국민투표를 발표하면서도 유럽과 타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국민투표 날인 5일까지 구제금융을 연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프랑스는 적극적이었으나 독일 등이 거부했다.

그리스는 여전히 협상 재개를 원했다. 국제통화기금 채무 만기일이자 구제금융 종료일인 30일 자정 전에 그리스는 채권단의 제안을 사실상 수용하는 제안을 다시 했다. 연금개혁에서 은퇴 연령 조정을 오는 10월 정도로 늦추자는 조건 정도만 달았다. 채권단은 검토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무 늦었고, 독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1일 시리자 내부에서는 국민투표 철회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고, 치프라스는 철회 발표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오후에 국민투표 강행과 채권단의 협상안에 대한 반대를 호소하는 대국민 연설을 했다. 완강한 독일의 태도에 그리스는 퇴로가 없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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