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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꿈쩍 않는 메르켈

등록 2015-07-01 19:53수정 2015-07-06 16:00

그리스 위기

그리스 긴축안 밀어붙이기
‘1차대전뒤 초인플레’ 트라우마
엄격한 재정 고수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도 동조
메르켈 독일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그리스 위기가 파국을 향할수록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더 강경한 태도다. 유럽연합 국가들도 메르켈 주위로 결집하는 모양새다.

메르켈은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정부가 사실상 디폴트에 처하기 직전인 30일 오후에 제시한 마지막 타협안을 거부한 주역이었다. 메르켈은 5일 그리스 국민투표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새로운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주장을 그대로 관철시켰다. 앞서도 메르켈은 30일로 만료되는 기존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는 그리스 정부의 요구를 일축했다. 메르켈의 거부에 맞서, 치프라스는 국민투표를 꺼내들었고, 사태는 격화됐다.

메르켈의 강경한 태도는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재정을 책임지는 독일의 수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스에 대한 양보는 유럽연합 재정 규율의 균열로 이어지고, 이는 바로 독일의 손실로 이어진다. 그리스가 현재 지고 있는 부채 3230억유로 중 682억유로가 독일에서 나왔다. 2위 채권국인 프랑스의 432억유로에 비해 50% 이상 많다.

메르켈은 그리스에 대한 긴축 요구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독일이 엄격한 재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역사적 경험과 현재 위치 때문이다. 1차대전 뒤 나치의 발호를 낳은 배경이었던 초인플레에 대한 트라우마는 전통적으로 독일 지도자들이 엄격한 재정을 고수하게 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에다가 유럽연합의 곳간을 책임져야 하는 현재 독일의 지위가 합쳐져, 메르켈의 고집불통 재정 엄격주의가 나왔다.

메르켈의 고집불통 재정 정책을 비판하던 다른 유럽 국가들도 그리스 위기 앞에서는 메르켈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메르켈의 재정 정책에 대한 오랜 비판자였던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임박한) 그리스 비극의 책임을 메르켈에 물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편리한 알리바이다”라며 메르켈을 편들었다. 메르켈의 보수적 입장을 지지하지 않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그리스 긴축은 포기할 수 없다는 독일의 입장을 거들고 있다.

특히 그리스와 함께 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치프라스를 향해 “당신이 틀렸다”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메르켈에 힘을 더하고 있다. 라호이 총리의 보수정부 역시 국내에서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 정책으로 인기가 바닥인 상황이어서, 그리스의 치프라스 정부와 유사한 노선을 표방하는 좌파 진영이 세력을 늘리고 있다.

‘왜 독일 시민의 세금을 외국의 빚 갚는데 써야 하냐’는 독일 국내 여론도 메르켈에게는 큰 부담이다. 독일의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1%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원했지만, 51%는 유로존 탈퇴를 원했다. 메르켈로서는 재정 원칙을 지키다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 해도 국내에서는 책임을 피할 수 있다. 또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얻어낸다면 유로존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메르켈이 그리스에 대한 긴축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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