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 의회 건물 앞에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연장안에 찬성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로에는 ‘예’ 그리고 그리스의 옛 화폐인 드라크마에 대해서는 ‘아니오’라고 쓴 팻말이 보인다. 아테네/AP AFP 연합뉴스
그리스가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 국제채권단의 긴축 및 세금인상 요구를 다 받아들이더라도 2030년까지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에 허덕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트로이카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영국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각) 그리스가 긴축,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 삭감 등 채권단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더라도 2030년 부채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118%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트로이카의 그리스 부채 전망 관련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 등 채권단이 그리스가 감당할 수 있다고 여기는 부채 수준인 국내총생산의 110%를 상회하는 것이다. 현재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2022년까지 부채 수준을 국내총생산의 110% 아래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가 긴축 요구 등을 수용하더라도 부채 위기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채권단 스스로가 판단하고 있음을 뜻한다. 현재 그리스의 부채는 국내총생산의 175% 수준이며, 최근의 경기 침체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그리스가 채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권단이 “상당한 양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트로이카가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은 그리스 경제 회복을 위해선 실질적인 부채 탕감과 같은 조처들이 필요하다는 그리스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트로이카의 내부 보고서를 독일 신문 <쥐트도이체 차이퉁>을 통해 입수했는데, 이 보고서는 지난 26일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통보한 최종 요구안 문건 가운데 하나로 독일 의원들에게 보내졌다. <가디언>은 “채권단이 부채 탕감과 같은 조처 없이는 그리스가 부흥하지 못할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취할 수 있는 조처들이 어떤 것인지 문건들에 명료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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