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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그리스 한발 후퇴…‘파국 열차’ 멈출까

등록 2015-07-01 19:44수정 2015-07-06 16:02

그리스 아테네에서 1일 연금 수령자들이 은행에 들어가려고 번호표를 받고 있다. 전날 휴무했던 그리스의 은행 중 약 1000여개 지점은 이날 정부의 지시에 따라 시민들의 예금 인출을 돕기 위해 문을 열었다. 현금인출기 카드가 없는 시민, 특히 연금 수령자들은 이날 은행에서 120유로까지 인출할 수 있었다. 아테네/AP 연합뉴스
그리스 아테네에서 1일 연금 수령자들이 은행에 들어가려고 번호표를 받고 있다. 전날 휴무했던 그리스의 은행 중 약 1000여개 지점은 이날 정부의 지시에 따라 시민들의 예금 인출을 돕기 위해 문을 열었다. 현금인출기 카드가 없는 시민, 특히 연금 수령자들은 이날 은행에서 120유로까지 인출할 수 있었다. 아테네/AP 연합뉴스
서방국 첫 국가부도 몰려
“채권단 제안 대부분 수용”
치프라스 새 양보안 내놔
유로존, 받아들일지 논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리스가 30일(현지시각) 시한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상환에 실패했다.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유럽중앙은행 등 ‘트로이카’로 불리는 국제채권단은 이날로 종료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 양쪽이 되돌리기 힘든 길로 한발씩 내디디면서, 그리스 재정위기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국제통화기금은 30일 “그리스가 16억유로의 빚을 갚지 못하면서 경제선진국으로는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 채무 상환을 이행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날 늦은 시각까지 채권단에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했으나 유로그룹(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은 이를 거부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남은 지원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18억유로와 그리스 은행의 자본확충 지원금 109억유로도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리스 경제를 지탱해왔던 외부의 모든 생명줄이 끊긴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리스가 상환하지 않은 금액은 역대 국제통화기금 채무 불이행 중 액수가 가장 크다”며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 창립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제 세계의 눈은 5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와 그리스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의 퇴진 여부,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 등 향후 며칠 동안 벌어질 사태 전개에 쏠려 있다. 최근 그리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투표 결과는 예측불가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 24~26일 카파리서치의 조사에서는 채권단의 방안에 찬성 의견(47.2%)이 반대(33.0%)를 앞섰다. 그러나 또다른 여론조사기관 프로라타가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반대(57%)가 찬성(30%)보다 갑절이나 많았다. 채권단의 가혹한 긴축 요구를 더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가 최종적인 파국을 뜻하는 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1일 그리스 정부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국제 채권단의 제안을 조건부로 수용할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무상환 시한이 끝난 30일 국제 채권단에 새 양보안을 담은 서한을 보냈으며, 부가세 개혁 조건 완화, 퇴직연령 인상 시한 연기 등을 조건으로 채권단의 제안을 대부분 수용하는 내용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서한 원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리스가 새 양보안을 내놓으면서 국민투표 방침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일 전화회의를 통해 그리스의 새 제안을 검토한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의 경제통합을 추구해온 유로존에도 엄청난 타격인 만큼 양쪽 모두 최악의 사태는 피하려 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의 채무 상환 실패를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아닌 ‘체납’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그리스의 국민투표 이전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며칠간 동요가 지속되고 있고, 많은 것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지만, 유럽의 미래는 위태롭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의 최대 출자국이자 의결권 보유국인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리스 금융위기가 상당히 우려스럽긴 하지만 과잉반응을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미 재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그리스가 유로존 안에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모든 당사자들이 협상을 지속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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