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그리스 디폴트 우려…새벽 2시부터 은행 앞 장사진

등록 2015-06-28 20:04수정 2015-07-06 16:13

“당장 무슨 일 벌어질지 몰라”
하루 새 은행서 13억 유로 인출
주유소에도 기름 사려 긴 줄
그리스의 채무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27일 그리스에서는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는 등 공황 상태로 접어들었다. 시리자 정부의 조처를 놓고 중상류층 이상은 반대, 서민층은 찬성 내지 체념으로 돌아섰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몰라요. 오늘 모두들 은행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나도 와서 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30대 중반의 여성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스파르타에서는 28일 오후 1시30분에 이미 4개의 현금자동입출금기 가운데 3개가 현금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는 “우리는 (이 구제금융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우린 어차피 유로존에서 탈퇴할 건데, 지금 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더이상 정부를 믿지 않는다는 그는 이미 집에 1만유로(약 1255만원)를 현금으로 쟁여 놨다고 했다. 신문은 일부 시민들이 새벽 2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아테네 북부 홀라르고스 지구의 메소기온가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리스 4대 은행인 피레우스은행과 그리스국립은행, 유로뱅크에르가시아스와 알파은행 앞마다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30여명씩 늘어서 있었다. 피레우스은행의 한 지점에서는 직원이 “현금 부족” 쪽지를 현금자동입출금기 앞에 붙이자 여기저기서 욕설이 나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피레우스은행의 한 지점에서는 하루 3천유로(약 376만원)로 인출을 제한했고,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는 600유로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토요일에도 영업하는 아테네의 알파은행 일부 지점들은 이날 휴점했다. 알파은행은 전날 밤부터 인터넷뱅킹을 중단하고, 월요일 오전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그리스 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그리스 현금자동입출금기 7천여개 중 많게는 500개에서 이날 오전 현금이 동났다고 전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그리스 중앙은행에서 긴급 자금을 수혈받지 못하면 29일 문을 열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카 카첼리 그리스 은행연합회 회장은 27일 “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현금 공급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스타브로스 쿠코스 그리스 은행노조 위원장은 “국민투표 발표 직후부터 은행들에서 약 13억유로(약 1조6319억원)가 인출됐다”고 <아에프페> 통신에 말했다.

은행 계좌에 남아 있던 마지막 몇백 유로를 인출하고 나온 47살의 변호사는 “치프라스는 국민투표를 갖고 굉장히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 진짜 질문은 ‘유로존에 남을 것이냐, 나갈 것이냐’인데 어제 그가 말한 것을 보면 그는 탈퇴를 원한다. 그는 유권자에게 거짓말을 했고, 사람들의 삶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유소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긴 줄을 선 두 아이의 엄마 카테리나 파파흐리스투(28)는 “우리 모두가 돈이 떨어졌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유로존 탈퇴 여부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치프라스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일단 협상을 하려고 노력중이지 않냐”며 “전 정부들은 채권자들에게 ‘예스’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의 행보에 찬반 입장은 갈려도 그리스 민심의 우려는 한결같았다.

현지 <메가 티브이>가 지난 1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6%가 유로존 잔류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을 탈퇴하더라도 긴축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은 35.4%였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미 국가안보보좌관 “윤석열 계엄 선포는 충격적이며 잘못됐다” 1.

미 국가안보보좌관 “윤석열 계엄 선포는 충격적이며 잘못됐다”

“40km 밖인데 연기와 재가”… LA산불 “진압률은 여전히 0%” 2.

“40km 밖인데 연기와 재가”… LA산불 “진압률은 여전히 0%”

트럼프에 “유죄지만 석방” 선고…10일 뒤 ‘중범죄자 대통령’ 취임 3.

트럼프에 “유죄지만 석방” 선고…10일 뒤 ‘중범죄자 대통령’ 취임

20대 한국 학생, 일 대학서 망치 휘둘러 8명 부상 4.

20대 한국 학생, 일 대학서 망치 휘둘러 8명 부상

박찬호 LA 집도 불타…가족과 호텔로 피해 5.

박찬호 LA 집도 불타…가족과 호텔로 피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