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22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왼쪽)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긴급정상회담장에 들어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그렉시트’ 최악 사태 막기 위해
유로존 재무장관·정상 잇단 회담
한때 기대감 돌다 비관으로 급변
‘그리스 새 협상안 미흡’ 시사
주말 그리스 은행서 40억 유로 빠져
유로존 재무장관·정상 잇단 회담
한때 기대감 돌다 비관으로 급변
‘그리스 새 협상안 미흡’ 시사
주말 그리스 은행서 40억 유로 빠져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린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을 위한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막바지 협상이 또다시 결정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그리스 국제채권단은 22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와 정상회담을 잇따라 열어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안을 집중 논의했으나 세부 쟁점에서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날 협상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마련된 긴급정상회담이었다. 그리스는 “더 내놓을 협상안은 없다”던 기존의 태도를 바꿔 새 협상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은 구제금융 6개월 연장, 긴급자금 180억유로 지원, 부채 경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협상장 주변에선 조심스런 기대감이 돌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분위기는 비관적인 쪽으로 급변하기 시작했다. 회담 직전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제채권단이 요구한 연금 삭감과 전기요금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회담을 앞두고 당정회의에서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의 최신 협상안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오늘 저녁 정상회담은 단지 상담 형식에 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도 이날 “그리스의 새 협상안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가 오늘 안에 나오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며 협상 타결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우리는 지난주 목요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의 협상안을 평가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해, 그리스의 새 협상안이 여전히 채권단의 요구 수준에 못 미쳤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의를 앞두고 협상 당사자들은 숨가쁜 주말을 보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일요일인 21일 내각회의를 열어 협상안 초안을 가다듬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또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며 접점을 찾으려 애썼다.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애초 지난 2월에 종료될 예정이었다가 극적으로 연장됐으나, 이달 말인 다음주 화요일로 만료시한이 바짝 다가왔다. 마침 그날은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16억유로를 갚아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국제채권단은 그리스가 연금 삭감, 세금 인상,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 재정흑자 등 긴축 유지를 뼈대로 한 경제개혁안을 내놓지 않으면 구제금융 연장은 없다고 압박해 왔다. 반면 그리스는 ‘고통스럽지만 현실적인 양보안’을 이미 내놓았다며 채권단의 추가 요구를 거부해 왔다.
지난 주말 새 그리스 은행들에선 불안감을 느낀 예금주들이 무려 40억유로를 빼내갔다. 그러자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을 우려해 재정 지원을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21일 그리스 총리실은 성명을 내어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국 정상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문제를 미루지 않고 최종적 해결을 할 수 있는 ‘서로 이득이 되는’ 새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그리스의 새 제안에 진전이 있었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22일 유로존 긴급정상회담에서 포괄적이고 최종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최후의 극적인 협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는 25~26일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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