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 단체 하마스 사이 충돌이 격화되자, 유럽 정상들이 ‘반유대주의’ 단속에 나섰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각)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공공질서를 해친다”며 프랑스 전역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금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저녁 한 연설에서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 행위와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 행위는 “엄중히” 다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프랑스가 “어떤 행위의 증오”에도 굴복해서는 안 되며 단결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제적 분열에 국가적 분열까지 더하지 말자”고 말했다. 프랑스의 유대인과 무슬림 인구는 각각 50만명과 500만명으로 양쪽 모두 유럽 최대다. 프랑스 정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이날 파리 공화국 광장에서 3000여명이 “이스라엘 살인자” “팔레스타인은 승리할 것”이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프랑스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10명을 체포했다.

같은 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연방 하원 시정연설에서 “대낮 거리에서 (하마스의) 가장 잔인한 테러 행위를 기념하는 수치스러운 모습을 목격했다”며 “반유대주의에 대한 무관용” 대응을 약속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수감자 연대 네트워크 사미돈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지난 7일 독일 베를린에서 춤을 추며 사람들에게 케이크 등을 나눠준 바 있다. 숄츠 총리는 독일에서 하마스의 범죄를 찬양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 적발되면 누구든 기소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강력한 헌법 국가로서 (이러한 단체를 규율하는) 칼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하마스의 상징을 사용하거나 살해 행위를 찬양, 이스라엘 국기를 불에 태우는 등 행위가 포함된다. 그는 이번 조처를 발표하면서 독일이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한 홀로코스트의 가해자였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특별한 책임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유대인 학교와 유대교 회당을 보호하기 위해 추가로 300만파운드(약 49억원) 추가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대인 학교 세 곳은 학생과 교사의 안전을 위해 13일 휴교할 계획이다. 이 결정은 전 하마스 수장이 이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전 세계의 무슬림에게 촉구한 뒤 나왔다. 이날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도 엑스(옛 트위터)에 자국 내 유대인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반유대주의 공격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썼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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