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 시민이 24일 바그너그룹 대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 EPA 연합뉴스
세상을 놀라게 한 러시아의 군사 반란 기도가 큰 충돌 없이 조기 종료됨에 따라, 이제 이번 깜짝 드라마의 주역인 바그너(와그너) 그룹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반란에 참여한 바그너그룹의 대원들은 면죄부를 받는 조건으로 자진 철군에 동의한 만큼 이후 신체적 안전에 위협을 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5일 현재 대부분 러시아 남부 밀레로보 군 공항에 머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책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길에 오른 뒤에도 조직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불투명하다. 조직이 유지되더라도 유력한 후견인을 잃게 됨에 따라 러시아 국방부 등 외부의 간섭과 개입에 취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 세르게이 쇼이구는 바그너그룹을 포함한 사적 무력집단에 다음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계약을 맺으라고 최근 통보했다. 당시 프리고진은 이에 대해 바그너그룹을 국방부의 산하 기구로 편입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쿠데타 사태가 끝난 뒤 크레믈(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반란에 참여하지 않은 바그너그룹 대원들은 여전히 국방부와 계약을 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지만, 반란에 참여한 대원들의 자격 여부에 대해선 아무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사실 모스크바 당국으로선 바그너그룹의 처리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기도 떨어지고 훈련도 부족한 정규군보다 뛰어난 전투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대규모 반격작전에 나선 상황에서는 바그너그룹 같은 유능한 전투원이 더욱 절실하다.
바그너그룹은 현재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도 파견되어 군사 활동을 통해 러시아의 외교를 측면 지원하는 비공식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바그너그룹을 해체하려면, 이들이 파견된 나라와의 외교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바그너그룹이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는 사실도 러시아 정부로선 부담스럽다. 로스토프나도누 시민들은 바그너그룹에 환호를 보냈고, 바그너그룹이 철수한 뒤 다시 나타난 경찰엔 야유를 보냈다.
그렇다고 반란 주력 세력인 이들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전처럼 그냥 두고 볼 수만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의회의 국방위 소속 안드레이 카르탈로프 의원은 “바그너그룹은 명령을 따른 것일 뿐 잘못한 게 없다”고 옹호했다. 그는 의회에서 이들 바그너그룹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며 “이들의 무장을 해제하고 해산하는 것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우크라이나에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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