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박에 맞서 7월 기준 금리를 0.25% 올리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리는 것은 11년 만이다.
유럽중앙은행은 9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한 뒤 통화정책 방향을 알리는 성명을 내어 “높은 물가 상승률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도전이 되고 있다. 중기 물가 상승이 목표치인 2%대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6월 기준금리, 한계대출금리, 예금금리를 각각 0%, –0.25%, –0.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7월엔 그동안 유지해 온 양적 완화 정책을 끝내고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하고, 9월에도 재차 올리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유로존의 소비자 물가가 4월 7.4% 5월 8.1%나 올랐다. 이들은 성명에서 “전쟁 등의 영향으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폭등해 5월 물가가 크게 올랐다.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점점 더 강하고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흐름을 막기 위해 한동안 유지해 온 양적 완화정책을 끝내고 금리 상승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40년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3월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0.25% 올렸고, 5월엔 22년 만에 한꺼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 스텝’을 밟았다. 유럽중앙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애초 예측치인 3.5%를 훌쩍 뛰어넘는 6.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중앙은행의 이번 조처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5월 말 “7~9월의 매우 빠른 시기에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도 애초 예상보다 부진한 2.8%로 하향 조정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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