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터키 이스탄불의 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지난달 터키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 달보다 73.5% 뛰었다. 이스탄불/신화 연합뉴스
세계은행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많은 나라들이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의 동시 발생)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7일(현지시각)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월에 내다본 것보다 1.2%포인트 낮은 2.9%로 예상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5.7%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23·2024년에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정도에 머물 것이고,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물가는 목표 수준을 뛰어넘는 상태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미약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상승이 오래 지속되는 기간”으로 진입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으로 코로나19가 경제에 가한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상품 가격 상승 등을 지목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 공급망 차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성장을 내리치고 있다”며 “많은 나라들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인플레이션은 선진경제권과 개발도상국들 모두에게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런 상황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1970년대와 비유할 수 있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망 장애, 성장 약화 전망, 신흥국 경제의 취약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의 고삐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 1970년대와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1970년에는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공급 제한과 유가 상승이 일으킨 오일쇼크와 그 파생 효과로 경기는 침체하는데 물가는 치솟는 상황이 선진경제권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년 만의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맬패스 총재는 “몇년간 평균을 웃도는 인플레이션과 평균을 밑도는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은 당시에 비해 지금은 달러 가치가 강한 반면 유가는 상대적으로 낮고, 주요 금융기관들이 건실해 경제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당시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하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조직하고, 석유와 식품 가격 인상에 대응하고,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채무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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