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 상원 금융위에 출석해 최근 인플레이션 등 경제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며, 미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인플레 대처에 있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또 인플레의 악화의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목하면서도, 러시아 제재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7일(현지시각)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인플레이션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며, 팬데믹의 영향으로 발생한 공급망 교란의 바람이 거세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석유와 식량 시장도 교란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받아들일 없는 수준’이라는 표현은 미국 당국자가 지금까지 인플레에 관한 평가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또 “인플레가 낮아질 것으로 희망하지만,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대처하는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고 우선시하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이어 “노동 시장의 힘을 해치지 않고 인플레 압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을 보완하는 적절한 예산정책(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연준의 정책을 정부 지출을 늘리는 재정정책으로 일정 부분 보완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나아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말한 자신의 과거 평가가 ‘오류’였음을 거듭 인정하면서 현재 물가 상승 흐름이 장기적이고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적합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신속하게 잦아들 것으로 생각하고 인플레에 대해 “이행기적이라고 묘사했는데, 아마 더 좋은 표현을 썼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그런 평가를 내린 이유에 대해선 당시는 “우리 경제와 세계 공급망을 할퀴던 다양한 코로나19 변종 증식이 종식되는 상황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리가 목격하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에 대한 충격이 벌어질지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속화되던 전세계적인 물가상승 흐름을 악화시키고 장기화시킨 핵심 원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석유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들을 유럽국가들과 “극히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드러냈다.
옐런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40년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총 1조9천억달러에 이르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저소득층 지원책인 미국구제계획(ARP) 탓이라는 공화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세계의 거의 모든 발전된 국가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미국구제계획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사회 및 기후 대책 입법은 미국이 청정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비용을 낮추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4~5월 두달 연속 8%를 넘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도 지난 4월 6.3%를 기록했다. 연준은 이 지수의 목표치를 2%로 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